태풍도, 선박 충돌도 끄떡없는 부표로 '스티로폼 대체' 선언
팰릿시장 국내 1위…18년간 매출 10배 성장, 2025년 1조 목표
연 200만개 스티로폼 부표가 알갱이로 바닷속으로…
바다에서 김 굴 가리비 홍합 등을 키울 땐 적절한 수심에서 이들이 자라도록 로프를 고정시켜 부력을 유지해주는 부표가 필수다. 그동안 모든 양식장엔 '스티로폼 부표'로 불리는 발포폴리스티렌(EPS) 부표가 널리 쓰였다. 구하기도 쉽고 싸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엔 5500만개 양식장 부표가 설치됐고 이 가운데 72%인 3900만개가 스티로폼 부표다. 하지만 태풍이 오거나 선박 스크류에 부딪혀 파손되면 미세알갱이로 부서져 해양 생물 몸속으로 들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가 생겼다. 연간 파손되거나 유실되는 스티로폼부표만 200만개로 알려졌다. 연간 발생되는 해양쓰레기 8만4106 가운데 가장 많은 31.7%가 스티로품 부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일찌감치 사용이 금지됐다. 노병현 NPC 상무는 "스티로폼 부표가 물고기 뱃속으로 들어가 결국 밥상으로 올라온다"며 "국내에서 연간 배출되는 스티로폼 부표 쓰레기양을 2㎜알갱이로 이어 보면 570만㎞로 지구 142바퀴를 돌만한 길이가 된다"고 말했다.그동안 대안으로 출시된 친환경 부표는 발포폴리프로필렌(EPP) 부표를 비롯해 공기주입 밀폐형 부표, PET병으로 만든 부표, 알루미늄 소재 부표 등이다. 하지만 강한 충격이나 압력을 가하면 부력을 상실하거나 유실돼 어민들로부터 외면 당했다. 스티로폼 부표에 비해 4~6배에 달하는 비싼 가격도 문제였다.
5년간 연구 개발 끝에 탄생한 '친환경 부표'
NPC는 이러한 단점들을 기술로 하나하나 극복해갔다. NPC가 개발한 친환경 부표는 다른 부표와 달리 겉면에 '이음새'가 없다. 보통 동그랗게 구 형태로 생긴 부표를 대량 생산할땐 금형을 통해 절반씩 찍어내 열로 접합하기 때문에 이음새가 보인다. 하지만 강한 돌풍으로 부표가 선박과 부딪히면 접합 부분부터 금이 가는 문제가 생겼다. NPC는 독창적인 사출기술로 생산해 표면에 이음새가 보이지 않고 내구성이 탁월하다. 또 부표가 태풍 속 큰 파도에 휩싸여 바닷속 18m까지 내려가 3기압의 압력을 받아도 절반 크기로 수축됐다가 다시 펴지면서 형체가 복원된다. 겉표면과 속재질이 모두 강도와 밀도를 달리한 폴리프로필렌(PP)소재여서 표면이 상하더라도 부력은 유지된다. 겉과 속이 같은 재질이라 재활용에도 용이하다. 박두식 회장은 "상당한 기술이 들어갔지만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도 경쟁력"이라며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스티로폼 부표와 가격 차이는 개당 1000~20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NPC는 올해 남해안에서 시범 사업을 거친 후 내년엔 본격적인 친환경부표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침 해양수산부도 친환경 부표 보급 확대에 팔을 걷어 붙여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친환경 부표 구입 비용의 70%(중앙정부 35%, 지자체 35%)를 지원하는 데다 내년부터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어장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4월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2025년까지는 기존의 부표도 모두 친환경부표로 전환시킨다는 게 해수부의 계획이다.
'빨간 바가지'만들던 中企에서 65개국 수출하는 중견기업으로
1965년 설립된 NPC는 당시 각 가정마다 쓰던 전통 조롱박 바가지를 모티브로 '플라스틱 바가지'를 개발했다. 당시 사명인 '내쇼날 푸라스틱'이 바닥에 새겨진 '빨간 바가지'는 자루·물·욕실 바가지 등으로 쓰이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 전까지 '미원'의 조미료 통을 만들며 대상그룹의 한 사업부에 불과했던 기업이 국내 플라스틱 제조업의 개척자로 평가받으며 국민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NPC 창업자는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자의 동생인 임채홍 씨다. 박두식 회장은 임씨의 큰 사위로 NPC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1969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NPC는 플라스틱 밀폐용기, 휴지통, 서랍 등 가정용품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1990년대 이들 품목 생산기지였던 서울 대림동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자 방향을 틀어 산업용 플라스틱 제조업체로 과감히 변신했다.
현재 주요 매출처는 플라스틱 팰릿과 플라스틱 상자다. 작년 매출 4300억원의 90%가 여기서 나왔다. 팰릿은 모든 종류의 화물을 실어나를 때 쓰이는 일종의 받침대다. 가로 1.1m, 세로 1.1m크기로 자체 무게는 5㎏에 불과하지만 1의 무게를 견뎌야하는 운송용 필수 기자재다. 현재 국내 팰릿 시장 점유율은 NPC가 독보적 1위다. 현대차·기아의 자동차부품을 비롯해 한화 SK 롯데 등 석유화학 대기업의 제품 수출시 대부분 이 회사 팰릿을 사용하고 있다. 연간 1300만개의 팰릿을 생산해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65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친환경 재생 팰릿시장도 석권...2025년 매출 1조 목표
이 회사는 친환경 재생 팰릿시장도 2005년 국내 처음 개척해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판매 팰릿 가운데 76%수준인 1000만개가 재생 팰릿이다. 전국에서 수집한 연간 8만의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것이다. 폐플라스틱 수집부터 세척, 재생팰릿 가공까지 일관 생산시스템도 구축했다. 홍성원 NPC 연구소장은 "1000만개 재생 팰릿 생산은 목재 팰릿 대체 효과 때문에 연간 100만그루의 벌목을 막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소나무 1억그루를 심는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신선식품 배송이 증가함에 따라 일회용 용기를 대체할 보온·보냉이 가능한 친환경 다회용 배송상자도 해수부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박두식 회장은 "국내 원조 플라스틱 제조업체로 최근 이 산업이 공해산업으로 지탄받는 것이 안타까워 사명감을 갖고 재활용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1965년 부산 연산동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현재 국내 5곳, 해외 7곳의 생산거점을 둔 연매출 43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이 사령탑을 맡은 2003년 이후 18년간 매출은 10배이상 올랐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박두식 회장은 "2025년까지 그룹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성장하겠다"며 "렌탈비즈니스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