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립주의 탈피하며 다자무대 복귀…'아태·유럽·쿼드' 민주국가 규합
인권·민주주의 기치 속 中·러와 격돌…이란·아프간 이슈에도 전념
[바이든 취임 6개월] 동맹 손잡으며 美 귀환 선언…중국과 대립 격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는 동맹 복원과 민주주의로의 국제질서 재편을 핵심축으로 한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식 고립주의를 탈피해 국제무대 리더십을 되찾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 질서에 대항해 힘을 과시하던 중국 및 러시아와의 충돌을 마다치 않으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다자무대 복귀 선언으로 그 첫걸음을 뗐다.

'마이웨이'를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기후협약,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를 선언하며 '미국이 돌아왔다'고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바이든 취임 6개월] 동맹 손잡으며 美 귀환 선언…중국과 대립 격화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전통적인 동맹과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전략적 중심지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는 물론 유럽 국가들을 규합했다.

미 외교·안보의 투톱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일본과 한국이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5배 이상 인상을 요구하며 1년 넘게 공전을 거듭했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전격 타결지은 것은 동맹 중시의 본보기로 평가됐다.

[바이든 취임 6개월] 동맹 손잡으며 美 귀환 선언…중국과 대립 격화
바이든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 가장 먼저 초청한 정상 역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전략적 가치로서의 아태 지역과 그 핵심인 한미·미일 동맹을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결정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날아간 곳은 유럽이었다.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미·유럽연합(EU) 정상회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하며 유럽 동맹과의 재결속을 도모한 것이다.

[바이든 취임 6개월] 동맹 손잡으며 美 귀환 선언…중국과 대립 격화
반면 경제력을 무기로 세력을 확장하며 기존 국제질서 뒤엎기에 나선 중국과의 대립은 경제, 외교, 인권 등 전방위로 격화하고 있다.

동맹 복원 행보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 역시 중국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지목했고, 특히 인권을 고리로 비판 수위를 올리고 있다.

중국을 독재국가로 규정하고 전 세계 민주국가들의 포위망을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이 중국을 비판하는 소재는 홍콩과 신장이다.

국가보안법으로 민주 세력의 싹을 잘라내고 빈과일보 등 비판 언론을 폐간한 데다 소수민족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노동 행위 등을 묵과할 수 없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에 연루된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도 숱하고 쏟아내고 있다.

취임 한 달 반 만에 일본, 호주, 인도 정상과의 '쿼드(Quad) 정상회의'를 신속히 개최한 것도 중국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거침없는 행위에 대한 제동과 직접적인 경고를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을 검토하고 있고, 오는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기후변화 등 중국과 협력해야 할 분야도 있음을 강조하면서 강온 양면책을 구사하고 있어 협력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제무대에서 대만 등 중국이 양보하지 못할 근본적인 이슈 제기를 주도하면서 미중 관계는 협력보다는 대결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취임 6개월] 동맹 손잡으며 美 귀환 선언…중국과 대립 격화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러시아와 관계도 냉랭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 수감과 해킹 문제를 따져 묻고 있지만 지난달 첫 미러 정상회담에도 풀린 것은 거의 없었다.

이 밖에 '영원한 전쟁'으로 불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20년 만에 발을 뺐지만, 탈레반 득세로 인한 아프간 정세 불안정으로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이란 핵 합의(JCPOA) 복귀도 시동을 걸었지만, 아직 합의점 도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외교 중심의 새로운 대북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북한의 화답만 기다리는 일면 소극적으로 비칠 수 있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당장 이 같은 대형 이슈가 눈앞에 닥쳐 있다는 현실적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