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보내는 連歌(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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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송이 연꽃 만개한 당진 합덕제
조선 3대 방죽…연꽃 많아 연호방죽 불려
홍련·백련·수련·가시연 등 종류만 30여 종
데크길 따라 걸으면 어느새 '웃음꽃' 번져
충청도 최초 합덕성당과 골정지 등도 명소
조선 3대 방죽…연꽃 많아 연호방죽 불려
홍련·백련·수련·가시연 등 종류만 30여 종
데크길 따라 걸으면 어느새 '웃음꽃' 번져
충청도 최초 합덕성당과 골정지 등도 명소

화사하게 핀 30여 종, 10만여 송이 연꽃

합덕제는 전북 김제 벽골제, 황해도 연안 남대지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방죽으로 꼽힐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제방의 길이는 1771m, 둘레는 9㎞에 이른다. 세계관개시설유산으로 등재된 합덕제가 언제 축조됐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확실치 않다.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 중남부지방을 지배했던 마한·진한·변한의 삼한시대 축조설과 견훤과 태조 왕건이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군마에게 공급할 물을 개발하고자 만든 것을 후삼국통일 후 주민들이 보강해 저수지로 활용했다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합덕제는 조선시대에도 꽤 유명한 저수지였다. 조선왕조실록에 합덕제를 중수하거나 보수했다는 기록이 곳곳에 존재한다. 합덕제는 예부터 연꽃이 많아 ‘연호방죽’으로 불렸다. 조선 영·정조 때 세워진 합덕제중수비에는 합덕제가 ‘연제’로 표기돼 있다. 연이 많은 둑이란 의미다. 합덕제는 1960년대 예당저수지가 생기기 전까지는 합덕·우강 평야(소들평야)에 물을 댔다. 예당저수지가 생기면서 저수지로서의 기능을 잃고 메워져 논이 됐다. 저수지였던 흔적은 연꽃과 함께 사라졌다. 2007년부터 당진시는 합덕제 인근에 연꽃단지와 수리박물관, 농촌테마공원 등을 조성했지만 본격적으로 이곳이 연꽃 명소가 된 것은 2018년부터다. 당진시는 14억5000만원을 투입해 이곳에 홍련과 백련, 수련, 가시연 등 30여 종의 연꽃을 심었다. 제방을 복원하고 데크 길도 만들었다.
유학자·수도자에게 교훈 준 ‘군자의 꽃’
연못으로 뻗어 있는 데크 탐방로를 걸으며 벙글어진 연꽃을 보노라면 연꽃이 마치 눈웃음이라도 치는 듯 정겹다. 홍련과 백련은 큰 꽃이 탐스럽고, 수면에 붙어 피는 수련은 작지만 화사하다. 보통 수련(睡蓮)은 ‘잠자는 연꽃’이라는 이름답게 한낮에는 잠을 자듯 꽃잎을 오므린다. 아침에 가야 화사한 맨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7월 중순 즈음부터 동시에 피어나는 홍련과 달리 백련은 7월부터 9월까지 하나둘 수줍게 제각각 꽃을 피운다. 홍련이 피어 있는 못에는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살고 있다. 진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견디다 여름 뙤약볕에 꽃을 피우는 연꽃은 인고의 시간이 빚은 산물이다. 쓸모도 볼품도 없는 땅에서도 지지 않고 일어서서 기어코 찬란한 꽃을 피우는 연꽃을 보며 유학자나 스님들은 큰 교훈을 얻은 듯하다. 송나라의 사상가이자 유교철학의 창시자인 주돈이는 연꽃을 이렇게 예찬했다.“연꽃은 진흙에서 나왔으나 때 묻지 아니하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아니하네. 가운데는 비었으나 겉은 곧으며, 넝쿨져 뒤엉키지 않고 이리저리 가지도 치지 않네. 향기는 멀리까지 퍼지고 맑음은 나날이 더한다.”
연꽃은 실용적이기도 하다. 뿌리(연근)는 반찬으로 쓰이고 잎으로는 연잎밥을 짓는다. 잎과 꽃은 차로 만들기도 하고, 연밥(연자)은 식용하거나 약용한다.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연꽃 중간중간에 줄, 올방개 같은 볏과 식물도 많다. 물채송화나 물옥잠화 같은 수생식물도 보인다. 탐방로 중간중간에는 초가 그늘집이 있어 쉬어 갈 수 있다.
합덕성당·골정지 등 사진 명소 즐비


당진=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