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없는 거리'에 스터디룸…청년들 기피하던 산단의 변신
'아름다운 거리 조성, 복합문화센터 구축,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노후된 산업단지를 개선하기위한 추진해온 사업들이다. 이달말 경남 창원국가산단내 복합문화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올해말까지 복합문화센터 2곳(경기 시화, 충북 음성), 아름다운 거리 3곳(인천 주안, 전북 익산, 대구 성서), 리모델링한 휴폐업 공장 3곳(전남 대불, 익산, 경기 성남)이 잇따라 준공을 앞두고 있다. 노후 산단 개조를 위해 2019년 시작된 프로젝트들이 2년 만에 결실을 앞두게 된 것이다. 일터 환경 개선에 따라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이 해소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후 시설 때문에청년들 취업 기피했던 中企

전국 1200여개 산업단지는 국내 제조업 생산의 64%, 수출의 66%, 고용의 49%를 담당하고 있다. 산단에 입주한 10만6000개 기업(종사자 220만3000명)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지난해 연간 생산 947조원, 수출 3324억달러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3분의 1규모인 450여개 산단이 착공된지 20년이 넘은 노후 산단으로 시설이 낙후됐다는 점이 문제다. 편의시설 부족, 교통 불편, 생산성 하락, 환경 오염 등으로 청년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일터가 된 것이다. 이로인해 심각한 인력 수급의 불균형도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부족인원은 21만명이다. 반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24.3%로 4명 중 1명이 실업상태다. 수도권 한 산단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A씨는 "구내식당 외에는 먹을 곳이 없고 주변에 커피숍도 없는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산단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고 소개하면 결혼 중개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산업부와 산단공은 우수 인재와 청년들이 몰려드는 산단으로 탈바꿈하기위해 2015년 '혁신지원센터 구축 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복합문화센터 건립 △아름다운거리 조성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일터 환경 개선 사업은 단순히 청년 이탈을 막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며 "제조혁신, 친환경 고효율 생산기반 등으로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우산없는 거리, 분위기 있는 카페에 스터디룸까지 생겨

창원국가산단엔 8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연면적 2126.84㎡규모 2층 짜리 '복합문화센터(사진)'가 설치됐다. 이달말 개소를 앞두고 있으며 미술과 같은 카페(사진)와 스터디룸, 동아리활동 등을 위한 회의장을 갖추고 있다. 창원 기계부품업체 B대리는 “문화와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우리 같은 청년들이 산단을 기피하는 이유중 하나였다”며 “분위기 있는 카페와 스터디룸이 생겨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한 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22개 산단내에는 문화, 주거, 복지, 편의 기능을 집적한 복합문화센터가 건립중이다. 산업부와 산단공은 센터 1곳당 최대 28억원 한도내에서 건축비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오는 9월엔 인천 주안국가산단내 '아름다운 거리'가 준공된다. 1950년대까지 염전이었던 이 단지는 간척사업을 통해 1969년 물류중심의 수출산업단지로 조성돼 산업부흥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조성된 지 5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가 심각해져 고용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산업부와 산단공, 인천시는 23억원을 투입해 주안국가산단역 부근 약 2.1㎞에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했다.

먼저 가로수가 없어 그늘이 생기지 않았던 긴 도보를 차양막 도보로 구성해 햇빛이 따가운 날씨나 비가 올때에도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우산없는 거리'를 조성했다. 밤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야간경관조명이 설치됐고, 보도 내 가로수를 심어 녹지를 확대한데다 체력단력공간과 쉼터도 만들었다. 곳곳에 사인시스템, 키오스크 등을 설치해 입주기업 홍보와 취업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산단의 50년 역사를 조명해볼 수 있도록 야외 갤러리 공간도 마련했다. 자동차부품업체 C사원은 “매일같이 마주하는 출퇴근 길이 삭막하고 위험해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며 "이제 친구에게 소개해도 될 정도로 산뜻한 디자인의 공간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11개 산단에서 산업단지형 특화거리가 조성중이다. 산업부와 산단공은 한 곳당 최대 1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우산 없는 거리'에 스터디룸…청년들 기피하던 산단의 변신

휴폐업 공장 리모델링…주변시세 대비 70% 저렴한 임대료 가능

오는 10~11월 대불, 익산, 성남 등 산단에 이어 내년 1월 구미국가산단내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사업이 준공된다. 산업부와 산단공은 한 곳당 리모델링 사업비 50억원~70억원을 지원해 노후공장 건축물의 기능 및 외관 개선을 위한 대수선, 증축, 개축, 재건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공장은 매매가 수월한 반면, 중대형 공장은 높은 부지 가격 등으로 인해 매매가 어려워 장기간 방치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창업기업과 첨단업종 기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임대공간 수요가 높아지면서 리모델링사업도 활성화되고 있다. 구미국가산단 휴폐업공장의 경우 제조공간과 커피숍 등 근로자 편의시설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한 창업기업 D사장은 "제조 창업기업들은 인프라를 갖춘 산업단지에 입주하고 싶어도 비싼 임대료 때문에 부담을 느꼈다"며 "휴폐업 리모델링사업으로 주변시세 대비 7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중소공장 공급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제조업 생산, 수출, 고용의 최대 거점이며 10만여 기업이 집적된 산업단지는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한 거점이자 경기회복의 요지”라며 “산단환경조성사업을 통해 노후 산업단지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기업지원시설을 확충해 산단 입주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와 지역산업 진흥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