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제 전담 거창문화재단 직원 5명 확진, 대부분 직원 자가격리
구인모 군수 "개최 효과보다 대유행 피해가 더 클 것으로 판단"
상표권 갈등을 털어내고 6년 만에 정상 개최를 준비하던 경남 거창국제연극제가 코로나19에 가로막혀 취소됐다.

구인모 거창군수는 13일 군청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1회 거창국제연극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거창군은 지난 2월 파행을 이어오던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갈등을 마무리하고 정상개최를 준비해 왔다.

'꺼지지 않는 불꽃, 도약하는 축제-삶의 일상을 디자인하다'란 슬로건으로 오는 30일부터 내달 7일까지 수승대 수변 무대에서 화려한 개막공연 등 48개 작품 60여 회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거창연극제를 전담하는 거창문화재단 직원 5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고 구 군수는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함께 근무하는 대부분 직원도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참여 극단과 업무협의 등 핵심적인 업무 추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거창군은 지난 11일 오후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부서별 의견을 수렴하고, 12일 오전에는 13일 예정이던 거창군의회 주례회의를 조기 요청해 거창군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발 빠르게 사태수습을 위해 노력했다.

이와 함께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12일 오후 거창문화재단 이사회는 거창연극제를 취소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구 군수는 "거창연극제 취소에 따른 관련 종사자 피해,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에 대한 실망, 군민 기대감 상실 등 우려 상황을 감안하고, 행사 개최의 효과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 상황에서 감당해야 할 피해가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거창군은 거창연극제 취소에 따른 우려 사항에 대한 대책으로 이해당사자들 상실감을 행정에서 함께 분담하고, 매몰 비용 최소화를 위해 선정 작품 등을 활용해 수승대 등 관내에서 연말까지 주말 정기적인 공연을 개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2016년부터 관련 단체의 내분과 갈등, 보조금 집행 불투명 등으로 거창군과 집행위가 연극제를 따로 개최하는 등 갈등을 겪어왔다.

거창군은 이런 갈등을 마무리하려고 집행위가 제기한 상표권 이전에 합의했지만, 상표권 감정가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법정 싸움으로 비화했다.

거창군이 선임한 전문가 감정가는 11억261만원이고, 집행위가 선임한 전문가 감정가는 26억3천705만원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는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가치를 17억3천558만원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구 군수는 연극제를 정상 개최하는 것이 실익이라고 판단하고 집행위와 여러 차례 협상을 거쳐 10억원에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동안 재단은 공모작과 프린지 공연을 모두 확정하는 등 준비과정이 80% 추진됐다.

공연팀을 국내 극단으로 제한하고 전면 예약제를 시행하는 등 철저한 코로나19 방역계획도 세웠다.

구 군수는 "거창연극제를 사랑해주시는 향우 등 오랫동안 기다려온 모든 분에게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며 "코로나19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방역수칙 준수와 협력을 당부하며 하루빨리 소중한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