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땡볕 달궈진 차 안처럼 금세 땀범벅"…찜통 방호복 입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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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안 되는 재질에 비닐 커버까지…마스크·두겹 장갑 끼면 숨이 턱
2번째 여름 맞는 간호사 "땀 너무 흘렸더니 5㎏ 자연 다이어트" 하소연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1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보건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체험한 레벨D 방호복은 한마디로 '찜통' 그 자체였다.
바깥 기온은 33.4도를 가리켰지만,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방호복 속 온도는 금세 체온을 훌쩍 뛰어넘어 비 오듯 땀을 쏟아냈다.
땡볕에 달궈진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고 앉아 있는 느낌과도 같았다.
방역당국의 협조를 얻어 착용한 레벨D 방호복과 덧입은 비닐 커버 속 환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평소 핸드크림을 달고 살 정도로 건조한 손이지만, 라텍스 장갑 두 겹을 끼자 몇 분 안 돼 금세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졌다.
바삐 돌아가는 에어컨도 장식품처럼 여겨졌다.
그런데도 선별진료소에는 진단검사 받으려는 시민들이 긴 줄을 이뤘다.
방호복에 KF94 마스크, 페이스쉴드(안면보호구) 등으로 중무장한 근무자들은 숨돌릴 틈 없이 검체 채취 키트(면봉)를 바꿔가며 수검자를 맞았다.
이곳에서 두 번째 여름을 맞는다는 간호사 A씨는 "작년 이후 땀을 너무 많이 흘려 5㎏가량 자연 다이어트가 됐다"며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하지 않으냐고 말할지 몰라도 더위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고 힘겨워했다.
동료 직원 B씨는 수검자 사이를 바삐 오가면서 우리 말이 서툰 외국인과 어르신 수검자들의 문진표 작성을 돕고, 다른 수검자와의 거리두기를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그는 "방호복 자체가 통풍이 안 되는 재질이라 에어컨 옆에 서 있어도 열기를 식힐 수 없다"며 "근무가 끝나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녹초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곳 근무자들은 6∼8명이 2개 조로 나뉘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8시간 근무한다.
오전 근무조는 오후 1시까지 더위와 사투를 벌인 뒤에야 늦은 점심을 먹게 된다.
서원보건소 관계자는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하루 검사 인원이 600명대로 늘었다"며 "며칠 새 50% 가까이 수검사가 폭증한 탓에 더위를 느낄 겨를조차 없다"고 말했다.
지옥 같았던 1시간의 체험이 끝나고 방호복, 덧신, 안면 보호구 등 장비를 벗은 기자는 말 그대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다.
뜨거운 목욕탕에서 갓 나온 듯 머리끝에서 양말까지 온통 땀으로 범벅됐다.
다행히 올해부터 이곳 선별진료소에는 폭염에 대비한 그늘막과 에어컨이 설치됐다.
그러나 33∼34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는 이런 시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겨를조차 없게 만든다.
서원보건소 관계자는 "이제 겨우 폭염이 시작되는 상황이니 앞으로 두 달 가량은 체력전이 불가피하다"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폭염이 심해지면 한계에 부닥쳐 병가를 쓰는 직원들도 생긴다"고 말했다.
냉방장치가 갖춰진 워크스루(Walk through) 검체 채취시설도 2개가 설치돼 있지만, 수검자가 몰릴 경우는 무용지물이다.
작은 통 모양의 워크스루는 그나마 내부에 시원한 냉기가 흐른다.
간호사 A씨는 "워크스루는 수검사 키 등에 맞춰 일일이 몸을 굽히거나 까치발을 든 상태로 검체를 채취한다"며 "수검자가 뒤로 움찔 물러날 경우 등은 효율이 떨어지고 채취 시간도 오래 걸려 요즘처럼 검사 인원이 많을 때는 사용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선별진료소 직원들은 힘든 내색 없이 묵묵히 현장을 지킨다.
땀이 흥건한 방호복을 벗던 한 직원은 "방역 최일선을 지킨다는 자부심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수그러들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더운 데 검사 속도가 늦다고 짜증을 부리는 수검자를 만나면 속상하고 힘이 빠질 때도 있다"며 "그래도 고생한다고 위로해주는 시민들이 더 많아 힘을 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2번째 여름 맞는 간호사 "땀 너무 흘렸더니 5㎏ 자연 다이어트" 하소연
![[르포] "땡볕 달궈진 차 안처럼 금세 땀범벅"…찜통 방호복 입어보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KR20210713051400064_01_i_P4.jpg)
바깥 기온은 33.4도를 가리켰지만,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방호복 속 온도는 금세 체온을 훌쩍 뛰어넘어 비 오듯 땀을 쏟아냈다.
땡볕에 달궈진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고 앉아 있는 느낌과도 같았다.
방역당국의 협조를 얻어 착용한 레벨D 방호복과 덧입은 비닐 커버 속 환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평소 핸드크림을 달고 살 정도로 건조한 손이지만, 라텍스 장갑 두 겹을 끼자 몇 분 안 돼 금세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졌다.
바삐 돌아가는 에어컨도 장식품처럼 여겨졌다.
그런데도 선별진료소에는 진단검사 받으려는 시민들이 긴 줄을 이뤘다.
방호복에 KF94 마스크, 페이스쉴드(안면보호구) 등으로 중무장한 근무자들은 숨돌릴 틈 없이 검체 채취 키트(면봉)를 바꿔가며 수검자를 맞았다.
![[르포] "땡볕 달궈진 차 안처럼 금세 땀범벅"…찜통 방호복 입어보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KR20210713051400064_02_i_P4.jpg)
동료 직원 B씨는 수검자 사이를 바삐 오가면서 우리 말이 서툰 외국인과 어르신 수검자들의 문진표 작성을 돕고, 다른 수검자와의 거리두기를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그는 "방호복 자체가 통풍이 안 되는 재질이라 에어컨 옆에 서 있어도 열기를 식힐 수 없다"며 "근무가 끝나면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녹초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곳 근무자들은 6∼8명이 2개 조로 나뉘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8시간 근무한다.
오전 근무조는 오후 1시까지 더위와 사투를 벌인 뒤에야 늦은 점심을 먹게 된다.
서원보건소 관계자는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하루 검사 인원이 600명대로 늘었다"며 "며칠 새 50% 가까이 수검사가 폭증한 탓에 더위를 느낄 겨를조차 없다"고 말했다.
지옥 같았던 1시간의 체험이 끝나고 방호복, 덧신, 안면 보호구 등 장비를 벗은 기자는 말 그대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다.
뜨거운 목욕탕에서 갓 나온 듯 머리끝에서 양말까지 온통 땀으로 범벅됐다.
![[르포] "땡볕 달궈진 차 안처럼 금세 땀범벅"…찜통 방호복 입어보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KR20210713051400064_03_i_P4.jpg)
그러나 33∼34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는 이런 시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겨를조차 없게 만든다.
서원보건소 관계자는 "이제 겨우 폭염이 시작되는 상황이니 앞으로 두 달 가량은 체력전이 불가피하다"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지만, 폭염이 심해지면 한계에 부닥쳐 병가를 쓰는 직원들도 생긴다"고 말했다.
냉방장치가 갖춰진 워크스루(Walk through) 검체 채취시설도 2개가 설치돼 있지만, 수검자가 몰릴 경우는 무용지물이다.
작은 통 모양의 워크스루는 그나마 내부에 시원한 냉기가 흐른다.
간호사 A씨는 "워크스루는 수검사 키 등에 맞춰 일일이 몸을 굽히거나 까치발을 든 상태로 검체를 채취한다"며 "수검자가 뒤로 움찔 물러날 경우 등은 효율이 떨어지고 채취 시간도 오래 걸려 요즘처럼 검사 인원이 많을 때는 사용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르포] "땡볕 달궈진 차 안처럼 금세 땀범벅"…찜통 방호복 입어보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KR20210713051400064_04_i_P4.jpg)
땀이 흥건한 방호복을 벗던 한 직원은 "방역 최일선을 지킨다는 자부심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수그러들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더운 데 검사 속도가 늦다고 짜증을 부리는 수검자를 만나면 속상하고 힘이 빠질 때도 있다"며 "그래도 고생한다고 위로해주는 시민들이 더 많아 힘을 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