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출간…"모두 톱(top)이 될 필요는 없어" "대통령 퇴임해도 문재인 지지자로 남을 것"
자신의 일생을 반추해보면 한 편의 영화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은 시대의 굴곡과 함께하고, 다양한 만남의 과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그럴 거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59)의 인생도 그랬다.
가난한 노동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가난했다가 아버지의 '벼락 성공'으로 유복하게 자라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다시 가난해졌다.
오르락내리락. 소년과 청년 황교익이 탄 '부(富)의 열차'는 요동쳤다.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처럼, 그의 삶도 그렇게 움직였다.
황교익이 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김영사)는 그의 다이내믹한 인생을 녹인 책이다.
개인의 인생사와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의 조각들을 담았다는 점에서 에세이적인 면모도 있고, 청년들을 대상으로 삶의 지침을 전한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적인 색채도 있다.
책은 유년기부터 2021년 현재의 저자 모두를 담고 있다.
첫 시험 받아쓰기에서 빵점을 받았던 기억, 동요대회에 나가 마산시 전체에서 1등을 한 추억, 예뻤던 국어 선생님 덕에 자라난 문학에 대한 꿈, 하지만 '글쟁이 재능'은 없었던 한계, 좁다란 골목길 끝에 있었던 녹색 대문 친구 집, 별다른 꿈이 없었던 "보통의 머리"를 지닌 존재. "선친의 사업이 망한 후에야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던 그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후 농민신문사에 취업했다.
소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삶은 안락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무언가 꿈틀댔다.
일본 여행을 통해 가능성을 본 음식 평론을 개척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차피 2년만 다니고 나오자 했다가 12년을 다닌 회사였다.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시장에 나온 그는 예상대로 녹록지 않은 삶과 마주했다.
작은 회사를 차려서 운영도 해보고, 남의 회사에 들어가 월급쟁이 사장 노릇도 했다.
먹고살기 막막했지만, 아무 글이나 닥치는 대로 쓰진 않았다.
높은 원고료, 자존심을 챙길 수 있는 정도의 원고료 수준을 유지하려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사회생활의 비결과 타협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만의 기준을 지키려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인지도는 서서히 올랐다.
네이버 등 주요 포털과 각종 지면에 그의 글이 실렸다.
tvN의 '수요미식회'를 통해 그는 마침내 유명인사가 됐다.
하지만 또다시 변곡점이 찾아왔다.
2016년 12월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제안받았고, 이를 수락하면서다.
'유명인은 정치적 의견이 없는 것처럼 굴어야 편하게 먹고산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었다.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늘 그래왔듯,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그 길로 갔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일거리는 서서히 줄었다.
그의 말처럼 "문재인 지지자라는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럴 것임을 알고도 내린 결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다하여 퇴임한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문재인 지지자로 남을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법적·윤리적 문제를 일으킨 것이 확인되면 그때에는 지지를 멈출 것이다.
"
저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담담히 말하며 청년들에 대한 메시지도 전한다.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직업을 찾을 것, 부모·자식·친구가 반대하면 그 길이 맞으니 그 길로 갈 것, 내 손에 쥔 것은 원래 내 것이 아니니 집착하지 말 것, 최소한 10년 동안 한 가지 일에 몰두할 것, 만인에게 사랑을 받으려고 하지 말 것, 신념을 지키고 부당하면 싸울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