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서울법대·판사·감사원장·부친상…20년전 평행이론?
최재형 '빈소 정치'로 데뷔전…'3수 실패' 이회창 뛰어넘을까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수재. 판사로 오래 재직했고 감사원장을 지냈다.

대권 도전의 문턱에서 부친을 여의고 상복을 입었다.

야권의 기대주로 떠오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보수진영 거물 정치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반평생은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

20년 선·후배 간 인생 행로의 데칼코마니는 어디까지 그려질까.

부친 여의고 대선 뛰어든 둘째아들…昌과 '닮은꼴' 어디까지
최 전 원장의 부친상 소식이 전해진 8일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닮은 꼴 인생 행로가 관심을 끌었다.

감사원장 시절 두각을 나타낸 '반골 기질'이 정치 투신의 계기가 됐다는 점이 첫 공통분모다.

자신을 임명한 정권을 정면 겨냥하는 감사를 주도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를 도마 위에 올렸고, 김영삼 정부 시절 감사원장을 지낸 이 전 총재는 방산 비리를 캐내기 위해 청와대와 국방부를 정조준했다.

최 전 원장은 '의연'(毅然·의지가 굳세어서 끄떡없다)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이 전 총재의 별명으로 잘 알려진 '대쪽'과 겹친다.

가정환경마저 닮았다.

각각 군인(최재형)과 법관(이회창) 부친의 둘째 아들로 자라났다.

이날 부친을 떠나보낸 최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이 전 총재도 2002년 대권 재수를 한 달 여 앞두고 부친 이홍규 옹이 별세했다.

부친 여의고 대선 뛰어든 둘째아들…昌과 '닮은꼴' 어디까지
이 전 총재가 당시 이미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반면, 최 전 원장은 이제 막 정치참여 선언을 한 '자연인' 신분이라는 점이 다른 점이긴 하다.

관건은 앞으로다.

정치권에서 상가는 단순한 조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약 20년 앞서 대권가도를 걸었던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이 정치적 내리막길의 시작이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회창 대세론'에 대권을 눈앞에 둔 듯하다가 막판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방심했다"면서 "특히 부친 빈소를 찾아온 JP(김종필 전 총재) 등이 내민 충청권 연대의 손을 내친 게 결정타였다"라고 회고했다.

최 전 원장은 이제 시작이다.

공교롭게도 정치참여 선언 이튿날 부친이 떠나면서 사실상 '빈소 정치'로 정계에 입문하게 된 셈이다.

한 야권 인사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본인이 부친의 유훈대로 출마를 결심한 만큼 정치적 입지를 점검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친 여의고 대선 뛰어든 둘째아들…昌과 '닮은꼴' 어디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