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핏, 1㎜ 단위로 뇌영상 분석해 AI가 치매 징후 미리 파악
“오로지 ‘뇌’에만 집중해 고통받는 환자에게 힘이 되겠습니다.”

치매는 기억을 지배한다. 뇌의 인지 기능을 손상시켜 과거를 잊게 하고, 환자는 점차 일상을 잃는 공포에 노출된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에게도 치매는 삶의 전환점이 됐다. “할머니가 10년 가까이 치매로 고통을 겪으셨어요. 가족도 마찬가지고요. 치매 환자의 삶을 되찾아 주겠다는 게 인생 목표가 된 거죠.”

광주과학기술원(GIST) 석사 과정 학생이었던 빈 대표는 2016년 3월 학내 연구팀과 함께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목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치매 정복’이었다. 솔루션이 성과를 내면서 뉴로핏은 지난해 1월 신한은행·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시리즈A를 마무리하고 106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모았다. 오는 8월까지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고 있다.

뉴로핏의 솔루션은 핵심 기술 ‘세그엔진’을 원천으로 한다. 세그엔진은 AI 기반 뇌 자기공명영상(MRI) 분할 기술이다. 1분 만에 97개 뇌 영역을 구획화한다. AI가 영역별 구조를 분석해 부피나 두께를 1㎜ 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된 비정상적 위축이나 뇌 구조 변화는 모두 잡아낸다는 설명이다. ‘뉴로핏 테스랩’ ‘뉴로핏 아쿠아’(사진) 등 주력 솔루션이 모두 이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뉴로핏 테스랩은 실제 뇌와 비슷한 컴퓨터 뇌 모델을 구현한 뒤 전기 자극에 따른 전기장 분포를 계산하는 소프트웨어(SW)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 ‘뇌 영상 치료 계획 SW’ 인증을 획득했다. 뉴로핏 아쿠아는 딥러닝 기법을 이용해 뇌 부피를 측정하고,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운 뇌의 위축 정도를 파악한다. 해당 솔루션도 지난 3월 식약처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뉴로핏은 올해부터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3월 미래에셋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연내 기술평가를 거쳐 2023년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다. 의료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뉴로핏은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강원도에서 AI 솔루션 개발 실증사업자로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원주연세의료원과 강원대병원이 보유한 총 4만2000여 건의 MRI 영상 데이터로 치료 솔루션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빈 대표는 “치매는 단계를 병기하는 것이 아직까지 불가능해 이를 표준화하는 연구를 지속 수행하고 있다”며 “IPO와 국내외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의 기반을 닦겠다”고 밝혔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