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은 차별' 인권위 두 번째 권고 수용
제천여성도서관, 이달부터 남성에게도 도서 대출
충북 제천시가 운영 중인 여성 전용 도서관이 8년 만에 다시 '남성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시정 권고를 받고 이달부터 남성에게 도서 대출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했다.

5일 인권위에 따르면 제천시는 지난해 말 "여성도서관 시설 이용에서 남성 이용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받았다.

제천여성도서관은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교육 기회 차별을 해소해달라며 고(故) 김학임 할머니가 삯바느질로 모은 전 재산으로 설립돼 1994년 개관했다.

김 할머니는 11억원 상당의 부지를 기부했고, 시는 예산 8억원을 들여 도서관을 세웠다.

앞서 20대 남성은 2011년 이 여성 전용 도서관을 겨냥해 "공공도서관이 여성 전용으로 운영되는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이듬해 진정인 주장을 받아들여 남성도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도서관 측은 1층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로 단장하는 등 시설을 일부 개선했지만, 인권위는 도서관이 권고를 수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진정이 제기되자 제천시는 "여성 전용 도서관 운영은 기증자 의사를 따르는 것으로 남녀차별 문제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 이 도서관에서 1.5㎞ 떨어진 A시립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어 성차별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여성도서관이 행정력과 공적 자원으로 운영되는 공공시설임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남성의 이용을 배제한다며 8년 전과 똑같은 판단을 내놓았다.

인권위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증자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더라도 그 의사는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타당하다"며 "사적인 기증자 의견이 공적 시설의 운영 목적에 반해 우선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제천시가 대체 시설로 내세운 A시립도서관에 대해서도 "제천여성도서관은 시 중심가에 있어 버스 노선이 86개 있지만 A도서관은 38개만 있다"고 했다.

이에 제천여성도서관 측은 인권위의 두 번째 권고를 일부 받아들여 지난 1일부터 남성도 도서 대출·반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인권위에 회신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전에도 남성 이용자가 필요한 책이 있어 방문하면 막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조치로 남녀 모두에게 도서관의 기본적인 대출·반납 서비스 이용을 공식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