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전환과 전자 상거래가 '위협'

"내연기관(Engine)은 동력을 만드는 장치일 뿐 근본적으로 외면 대상이 아니다." 최근 유럽에서 제기되는 전동화 전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내연기관'은 이동을 하기 위해 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 장치일 뿐 '내연기관=오염장치'로 인식되는 것 자체가 오류(?)라는 뜻이다. 실제 내연기관은 하나의 장치일 뿐 오염물질이 생성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 안에서 강제로 태우는 화석연료에 있다.
[하이빔]자동차, 일자리 위기의 시작

대표적으로 유럽자동차부품협회는 각 나라의 내연기관 금지 선언을 지적하며 탄소 배출 감소 방법이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연기관 금지가 아니라 사용 에너지의 비화석 연료화를 우선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보면 석유보다 탄소 배출이 월등히 낮은 비화석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게 현재 자동차산업의 구조를 감안할 때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일부 거대 완성차기업의 경우 이미 바이오 및 인공석유 등을 엔진에서 직접 태우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내연기관 시대가 아니라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로 가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유럽 내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연료 전환을 내세우는 이유는 일자리 감소 때문이다. 내연기관이 전기모터로 대체될 때마다 엔진 부품의 생산 물량이 감소하고 이는 곧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직결되고 있어서다. 일부에선 내연기관 라인에서 전기모터를 만들면 '전환'이라는 점을 들어 감소 논리에 반박하지만 전기모터의 부품 수가 내연기관 대비 월등히 적어 근로자 숫자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곧 손실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친환경 모빌리티로 가는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는 비단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도 직면한 현실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자동차 및 부품 제조업 종사자는 38만명으로 2017년 2월의 40만명에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자동차산업 신성장 분야의 고용효과(2019)'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로 산업이 전환되면 내연기관용 전장품의 70%가 사라지고 동력을 전달하는 부품은 37%가 없어지게 된다. 또한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내연기관 생산 인력을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 배치해도 수용인원은 최대 50%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의 자동차부문 고용이 유지되려면 친환경차 생산이 오히려 화석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보다 월등히 많아야 한다는 것인데, 글로벌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감소할 일자리의 직군이다. 생산 공정의 축소에 따라 공장 근로자의 일자리도 줄어들겠지만 그보다 사무직군의 위기가 더 크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맥킨지는 얼마 전 전기 및 자율주행차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글로벌 전체 자동차산업 일자리가 25% 줄어들면서 특히 사무직의 더 많은 감소를 지적했는데 e-커머스의 발달로 '제조사-소비자'의 직거래가 자동차에도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오프라인 판매 및 마케팅 직군의 필요성은 어쩔 수 없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이빔]자동차, 일자리 위기의 시작

그러자 글로벌 곳곳에서 일자리 위기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노동연맹은 물류 운전직 감소를 우려해 의회가 추진하려던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 규제 완화에 반대 목소리를 냈고, 독일 내 일부 완성차기업도 일자리 유지 차원에서 내연기관에 수소 기반의 인공석유를 직접 태우는 비화석 연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완성차공장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 정년연장과 친환경차 국내 생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하이빔]자동차, 일자리 위기의 시작

그리고 이런 움직임에 즉각 반응하는 분야는 정치다. 하지만 제 아무리 정치라도 자동차부문의 일자리는 이미 국가 간 경쟁으로 바뀌는 중이어서 국내 정치만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과 미국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이다. 미국은 오로지 미국산 친환경차에만 혜택을 주는 반면 한국은 생산지와 관계 없이 제품 기준만 충족하면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오랜 시간 자유무역을 위해 허물어졌던 관세장벽이 자동차부문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보조금 장벽으로 다시 세워지는 형국이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도 이제는 글로벌 시각으로 바뀌어야 한다. 경쟁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인식할수록 대처 또한 제대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국민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