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독점 서비스 계약
'차 내 전시' 후 한 달 무료 대여
위험 부담 크고 인건비 수천만원
"돈 된다 확신, 성과 나타날 것"
유통 체계화로 미술 대중화 기대
이처럼 참신한 서비스를 만들어 대형 건설사와 독점 계약을 맺은 주인공은 미술 스타트업 하비우드의 전익관 회장(63·사진)이다. 그는 미용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학생운동을 하다 붙잡혀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미용 사업에 뛰어들었고, 미국의 유명 헤어케어 제품 실크테라피를 국내에 유통하는 기업 K&I를 키워냈다. 2013년 이 회사를 LG생활건강에 수백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그는 미용업계에 체계적인 경영을 도입한 성과를 인정받아 서경대 석좌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회사를 넘긴 뒤 여러 취미를 즐기며 유유자적 지냈습니다. 그중 하나가 그림입니다. 사업에 뛰어들기 전 가난한 택시기사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제 외동딸 이름을 ‘그림’으로 지을 정도죠. 그런데 그림을 직접 사고팔다 보니 불투명한 시장 구조에 불만이 생겼어요. 투명한 거래구조가 정착돼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미술품을 접할 수 있게 되면 미술 대중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죠. 미용 사업에서 쌓은 사업 경험을 살려 미술품 유통업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홈갤러리의 사업 구조는 이렇다. 먼저 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신축 아파트 단지 내 캠핑카에서 평균 200만~300만원 상당의 작은 그림 수십 점을 ‘차내 전시’로 보여준다. 이를 집에 걸고 싶은 사람에게 한 달간 무료로 빌려준다. 이 과정에 한 점당 평균 15만원가량 비용이 발생한다. 수익은 고객이 그림을 살 때 발생한다. 훼손 우려 등 위험 부담이 있는데도 수수료율은 기성 갤러리들과 비슷하다. 직원 12명의 한 달 인건비만 해도 수천만원. 그런데도 전 회장은 “이 사업은 돈이 된다”고 확신했다.
“숫자가 손에 잡히면 사업 규모를 키우는 건 쉬워요. 예전에 미용사업을 할 땐 고객들의 이용 행태를 숫자로 만들었습니다. 예컨대 지난 1년 새 6번 이상 온 손님은 ‘단골’로, 4~5번 오는 손님은 ‘잠재적 단골’로 분류해 추가 할인 쿠폰을 준 거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하니 실적이 쑥쑥 올랐어요. 이런 식으로 미술 유통을 일종의 빅데이터 기반 물류업으로 바꾸려는 겁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미술품 유형과 분실·훼손 사고율 등 데이터가 쌓이기만 하면 앞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이미 사업 확장 행보는 시작됐다. 현대건설에 홈갤러리 서비스를 독점 공급하기로 했고, 8월 말 1900여 가구가 입주하는 서울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단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달 중에는 여러 건설사를 돌며 기업 설명을 하고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회사를 잘 키워내 미술 유통업계 전반에 체계적인 경영을 확산하고 시장 전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직거래 장터나 방문판매 등 새로운 사업 형식도 생겨나겠지요. 그렇게만 되면 누구나 그림을 사서 집에 하나씩 걸어둘 수 있을 만큼 미술이 대중화할 겁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