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첫 수상 윤고은 "다른 차원으로 가는 웜홀을 발견한 느낌"

윤고은의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이 영국 추리작가협회(CWA)에서 주관하는 대거상(The CWA Dagger) 번역추리소설상을 받았다고 2일 한국문학번역원이 전했다.

대거상은 영국추리작가협회가 1955년 제정한 권위 있는 추리문학상으로 매년 픽션과 논픽션을 대상으로 11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미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에드거상과 더불어 영어권 양대 추리문학상으로 꼽힌다.

번역추리소설 부문은 영어로 번역된 외국 추리 문학을 대상으로 하고, 2019년까지 인터내셔널 대거상으로 불렸다.

올해는 6개 작품을 최종 후보로 올려 수상작을 뽑았다.

번역원은 윤고은의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 수상이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 출신 언론인이자 작가인 도브 알퐁이 지난 2019년에 이미 받은 바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알퐁은 이스라엘 국적이거나 이스라엘과 프랑스 이중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고은이 동양인으로 대거상을 처음 수상한 것은 맞다.

CWA는 '밤의 여행자들'에 대해 "한국에서 온 매우 흥미로운 '에코 스릴러'로, 신랄한 유머로 비대해진 자본주의의 위험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윤고은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상식에 참여해 "수상자로 호명되어 놀랐고 다른 차원으로 가는 웜홀을 발견한 느낌"이라며 "이 환상적인 웜홀로 기꺼이 들어가 앞으로 더 자유롭게 글을 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 수상(종합)
지난 2013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밤의 여행자들'은 재난 지역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수석 프로그래머인 여성이 사막에 있는 싱크홀로 출장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가 퇴출 후보지로 지목된 싱크홀 '무이'를 살리기 위한 인공 재난 프로젝트에 우연히 관여하게 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들에 휘말린다.

영문판 제목은 'The Disaster Tourist'. 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영국 프로파일 북스 출판그룹 계열인 서펀츠 테일 출판사에서 프리랜서 번역가인 리지 뷸러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뷸러는 윤고은 소설집 '1인용 식탁'도 번역해 미국 컬럼비아대 출판부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영미권 번역출간 이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번역원은 전했다.

윤고은은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 '무중력증후군', 소설집 '1인용 식탁' 등이 있다.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을 받았다.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 수상(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