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수 삼화페인트 대표이사 / 사진=삼화페인트
오진수 삼화페인트 대표이사 / 사진=삼화페인트
페인트는 대표적인 건축자재다. 웬만해선 소비자가 페인트를 직접 구매할 일은 흔치 않다. 그래서 대개의 소비자는 페인트 브랜드를 잘 모른다.

삼화페인트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건설사나 인테리어 업체가 아닌 소비자를 직접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소비자 대상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보호’와 ‘안심’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삼화페인트의 소비자 타깃 마케팅과 브랜딩은 지난해 코로나19 악재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만들어냈다.

2020년 매출액 5517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33.5% 증가했다.

상황 1 소비자는 페인트회사 모른다
도전 1 브랜드 경험 시키기 전략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어느 회사 페인트가 쓰였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건설사와 인테리어 업체가 페인트를 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인트 회사의 마케팅은 대리점과 인테리어 업체 등에 초점을 맞춘다.

삼화페인트의 선택은 달랐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렸다. 소비재 회사의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전문 마케터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것을 파는 전략으로 판을 짰다.

마케팅 역량도 현장 영업 지원 활동에서 브랜드 중심 고객 경험으로 바꿨다. ‘삼화니까 안심이다’같은 고객의 언어로 개발한 슬로건을 발표했다.

뷰티·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감성을 입혔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조직 내로 일원화했다. 기업의 메시지가 효율적으로 외부로 전달되도록 했다.

디지털마케팅팀도 신설했다. MZ세대를 위한 디지털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했다. e커머스와 같은 온라인 유통플랫폼을 추진했다.

유튜브 채널에서 매달 발행하는 ‘투톤라이브’는 비비, 문수진, 릴보이 등 가수나 래퍼가 출연해 두 가지 페인트의 배경을 오가며 노래하는 형식이다. 조회 수가 많게는 편당 30만 회를 넘을 정도로 인기다.

온라인 패션쇼핑몰 무신사에서 판매한 스트리트 패션브랜드 크리틱과의 협업 상품 역시 출시 7일 만에 매진됐다. 17만건의 소비자 반응, 112만건의 영상 조회를 기록했다. 협업 전과 비교했을 때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무려 12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황 2 페인트 제조사 정체성 한계
도전 2 ‘보호’의 가치 통한 차별화

삼화페인트는 올해 창립 75주년을 맞았다. 단순 페인트 제조회사라는 정체성의 한계를 맞았다.

100년 장수기업으로 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회사 차원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삼화페인트는 지난 4월 ‘75년을 넘어 100년으로, 내일로 가는 새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온라인 행사를 열었다.

페인트 제조업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했다. 물건을 상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 페인트의 본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프로텍션 테크놀로지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세웠다. 페인트 제조업이라는 단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보호’ 라는 가치를 회사가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맞춰 삼화페인트는 국내 최초 항바이러스 도료 ‘안심닥터’ 를 올해 출시했다. CJ CGV 등 상업시설, 해썹(HACCP)인증 제조시설, 어린이집, 공공도서관, 청소년수련관 같은 어린이 청소년 이용시설 등 위생보건요소가 특별히 요구되는 장소에 적용을 마쳤다.

확보된 시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수가 이용하는 집합건물 매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CJ CGV와는 ‘코로나 시대, 관람객을 위한 안심퇴장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CGV강남에 이어 일산, 동탄, 홍대, 구로, 야탑, 대전터미널, 광주용봉, 센텀시티 등 전국 9개 CGV 극장에 안심퇴장로를 구축하고 있다.



상황 3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사이클
도전 3 프리미엄 신제품 확장

삼화페인트는 소비자들과 소통을 늘려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담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애완동물과 향기에 집중했다.

삼화페인트는 지난해 페인트업계 최초로 건축용 페인트 24개 제품에 대해 반려동물 제품인증을 취득하고 급성장하는 펫 비즈니스 시장에 진출했다. 개와 고양이의 색상인지시각에 맞춘 ‘펫러브 컬러팔레트’까지 완성했다.

동물의 시각과 안전을 고려한 ‘펫테리어(펫+인테리어)’이다. 새롭게 가족 구성원으로 들어온 반려동물 역시 공간 사용자로 보고, 기존 도료산업 가치사슬 내에서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결과다.

최근에는 무향이 대세인 실내 페인트 제품에서 차별화한 향기 페인트를 선보였다. 바로 ‘더클래시 다이아몬드’와 ‘더클래시 센트’다. 삼화페인트는 좋은 향이 나는 공간을 만드는 페인트를 개발한다면 프리미엄 페인트 시장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화페인트는 프랑스 GIP(그라스 조향학교)의 한국인 최초 졸업생 조향사(향료 전문가)와 협업했다.

GIP는 향수산업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향장학교로 유럽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딥티크 등의 시그니처 향수를 개발한 수석조향사들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처음부터 페인트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더클래시 다이아몬드향은 프랑스 향장협회에도 정식 등록됐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삼화페인트는 1946년에 세워진 장수 기업이다. 오래됐다는 인상을 준다. 건설업 등 중후장대 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페인트 산업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삼화페인트는 페인트라는 업의 본질에 초점을 맞췄다. 제품을 보호하고 소비자는 안심할 수 있다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새롭게 세운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했다. 밀레니얼 세대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협업도 추진했다.

오진수 삼화페인트 대표이사는 “제품을 보호해 가치를 높이는 삼화 프로텍션 테크놀로지는 오랫동안 쌓아온 우리만의 자산”이라며 “이를 더 고도화해 프로텍션 이노베이터로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김진원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제품도 일종의 수명 주기(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를 경험한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특별히 “제품수명주기, 혹은 PLC(Product Life Cycle)”라고 한다.

제품수명주기에 따라 적절한 마케팅 방식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도입기(Introduction stage)의 최우선 목표는 일단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을 알리는 것이다. 당장 높은 광고 비용, 유통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일단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다. 이 단계는 경우에 따라 몇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후 소비자의 인정을 받아 성장기(Growth stage)에 돌입하면 매출은 급격히 상승한다. 새로운 고객들이 추가로 유입되고, 기업은 더 많은 소비자를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추가하기도 한다. 따라서 성장기 마케터의 최우선 목표는 최대 이윤을 포기하더라도 일단 높은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성숙기(Maturity stage)에 이르면 매출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이 때는 최대한 시장점유율을 방어하면서 기업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성숙기에는 브랜드 간 경쟁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단지 방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숙기 마케터는 기존 시장을 지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수정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성숙기에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수정 전략으로 (1)시장 수정 전략, (2)제품 수정 전략, (3)마케팅믹스 수정 전략이 있다.

삼화페인트 역시 성숙기에 적합한 수정 전략으로 대응했다. 예를 들어, 동물의 시각과 안전을 고려한 ‘펫테리어(펫+인테리어)’용 페인트 제품은 반려동물 가족이라는 신규 시장을 개척한 ‘시장 수정 전략’에 해당한다.

또한, 조향사와 협업하여 고급스러운 향기를 추가한 페인트는 기존의 페인트 제품을 수정한 ‘제품 수정 전략’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MZ세대를 위해 기획한 투톤라이브 유투브 영상은 삼화페인트의 품질을 전달하는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수정한 ‘마케팅 믹스 수정 전략’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삼화페인트의 수정 전략은 효과적으로 시장에 전달되었다고 판단한다. 페인트의 본질에 집중하여 ‘프로텍션 테크놀로지 기업’이라는 가치제안을 설정한 것 역시 이러한 수정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효과적인 방향이었다.

성숙기 제품 마케터는 결국 다시 한번 ‘성장’을 원한다. 나이든 인간은 안타깝게도 다시 청소년 성장기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성숙기 제품은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 다시 한번 성장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한 차별적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성숙기 마케터의 핵심 과제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필자는 페인트를 직접 구매해 본 경험이 없다. 정확히는 페인트를 사야 할 일이 없었다. OO페인트, △△△페인트 같은 페인트 브랜드가 몇 개 떠오르는 정도다.

페인트 회사들이 소비자가 아니라 건설사나 인테리어 업체 대상 마케팅에 집중해온 것이 필자 같은 소비자가 많은 이유일 것이다.

건설사나 인테리어 업체와 소비자의 페인트 선택 기준은 같을까, 다를까. 양쪽 모두 가격은 중요한 고려 사항일테니 같은 점으로 봐야 한다. 페인트의 품질과 성능도 양쪽 모두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다.

그렇다면 페인트의 유해성을 따지는 것은 어떨까. 건설사나 인테리어 업체도 최종 소비자를 생각해서 꼼꼼히 챙기긴 할테지만 자신이 머물 공간이나 자신이 사용할 물건에 쓰일 페인트를 고르는 소비자 보다는 아무래도 신경을 더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로 위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계심이 가뜩이나 커진 상황이다. 각종 유해물질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 소비자들의 관심과 걱정이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삼화페인트가 ‘프로텍션 테크놀로지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 ‘보호’와 ‘안심’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린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삼화니까 안심이다’라는 슬로건은 유해성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삼화페인트는 소비자들의 위험과 유해성에 대한 걱정을 잘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

삼화페인트가 지향하는 ‘100년 기업’으로 가려면 보호와 안심의 약속이 깨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약속을 어긴 기업들에게 소비자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소비자신뢰는 타 브랜드에 앞서, 그리고 더 강조해서 삼화페인트가 소비자에게 한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삼화니까 안심이다’라는 슬로건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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