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장마] ① "섬뜩 섬뜩 합니다" 복구는 더딘데 장마는 코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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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부산 산사태 현장 비 오면 시커먼 물 '줄줄'…천막 임시방편
작년 호우로 2차례 침수 부산 동천 인근 재해예방 공사 시작도 못해
전남 곡성군 산사태 현장·충북 제천 수해현장 피해 주민 '불안 불안'
[※편집자주 = 장마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전남과 부산, 충북 등지에서 게릴라성 폭우로 인명 피해와 함께 막대한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올해도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기상이변에 따른 국지성, 게릴라성 호우 피해가 예상됩니다.
연합뉴스는 장마기간 기상 예보와 지자체별 대응 상황 등을 살펴보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각계 전문가 조언 등을 들어보는 3편짜리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
"비가 조금만 내려도 물에 젖은 시커먼 석탄재가 마을로 내려와 비만 오면 섬뜩합니다.
피해 복구라고 해봐야 천막으로 덮어 놓은 임시방편뿐이어서 올해 장마에 또 피해가 되풀이될까 봐 정말 걱정입니다"
2019년 10월 3일 산사태가 발생, 마을 주민 4명이 숨지고 재산피해 수십억원이 난 부산 사하구 구평동 주민 이주용씨 말이다.
산사태 당시 산 위쪽 군 연병장 아래 시커먼 석탄재가 엄청난 양의 토사와 함께 마을과 공장을 덮쳤다.
2년이 지난 후 찾아간 산사태 현장은 초록색 천막에 덮여 있었다.
비탈길에 오르려고 다가가자 천막을 고정하기 위해 설치된 자갈 포대들이 눈에 띄었다.
자갈은 하얀 포대에 담겨 있었는데, 일부는 포대위로 드러나 있었고 그나마 부식된 지 오래였다.
산사태 피해를 본 건물 몇 곳은 수리되지 않은 채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고, 한 공장 안에는 2년 전 쓸려 내려온 석탄재가 방치돼 있었다.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전국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지만, 상당수 재해 현장 복구공사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피해지역 주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피해를 볼까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2차례 범람한 부산 동천 주변도 불안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하천 수로를 좁게 만들어 범람 원인으로 지목된 가물막이 시설은 사라지고, 하천이 범람하면 전력 공급이 끊겨 무용지물이 됐던 배수펌프장 위치가 다소 높아졌지만, 이게 다였다.
침수 피해를 본 동천 인근에 100억원 가량을 투입해 빗물을 저장하는 저류조를 설치하고 펌프를 신설하는 사업은 실시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해예방 목적으로 진행되는 하천 정비사업도 용역발주 단계다.
지난해 부산에서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가 난 630곳 중 복구공사가 끝난 곳은 430곳(68.3%)에 그쳤다.
복구공사가 끝난 곳 대부분도 공사비가 1억원이 안되는 소규모 피해지역이다.
나머지는 아직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다.
장마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난 전남 곡성군에서는 아직도 산사태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속살을 드러낸 야산에서도 땅을 다지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상단부에는 토사가 아래로 밀려나지 않도록 흙을 가두는 사방댐도 설치돼 있었다.
오산면 성덕마을 김금선(70·여) 씨 집 앞에는 두꺼운 옹벽이 설치 중이다.
산사태 복구와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토사가 덮친 집안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김씨는 곧 다가올 장마가 걱정이다.
당시 김 씨 이웃에서는 무너져내린 토사가 주택 5채를 덮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지금도 화창한 낮에만 집에서 생활하고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마을회관 앞 컨테이너형 임시주택으로 거처를 옮긴다.
곡성군에 따르면 복구·수해 예방 작업은 70%가량 진행됐으며 수로, 도로 정비 등을 더해야 한다.
수해로 가옥과 상가 1천100여 가구가 잠긴 구례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을 제방은 응급 복구를 마쳤으나 최근 비가 많이 내리자 주민들은 비 피해 예방에 바쁜 표정이다.
집과 한우 축사가 침수된 양정마을의 경우 아직 15가구 중 10가구가 임시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완파된 가구 1천600만원, 침수된 가구는 200만원이 지원됐지만, 주민들은 생계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수천만 원을 웃도는 집수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8월 2일 하루 367㎜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농경지 침수와 유실 등 큰 피해가 난 충북 제천시 봉양읍 삼거리에도 수해 흔적이 여전하다.
제천 시내에서 삼거리 본동마을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수해복구 대상지임을 알리는 빨간색 깃발이 꽂혀 있었다.
하천 일부 구간과 농경지 등에는 응급복구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복구공사가 진행된 산사태 발생지도 눈에 띄었다.
인근 삼거리 2반 두무실마을도 수해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아스팔트 포장 구간은 바닥에 구멍이 뚫렸고, 길 끝부분에는 차량 진입을 막는 '공사 중'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 마을 돌모루천 재해복구 공사는 시작도 못 했다.
주민 박모(72) 씨는 "수해 때 마을 입구 도로가 일부 깨졌는데 수해복구 차량이 다니면서 더 심해졌다.
자칫 크게 밑으로 내려 앉으면 마을이 고립될 수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수희 박재천 장아름 기자)
/연합뉴스
작년 호우로 2차례 침수 부산 동천 인근 재해예방 공사 시작도 못해
전남 곡성군 산사태 현장·충북 제천 수해현장 피해 주민 '불안 불안'
[※편집자주 = 장마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전남과 부산, 충북 등지에서 게릴라성 폭우로 인명 피해와 함께 막대한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올해도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기상이변에 따른 국지성, 게릴라성 호우 피해가 예상됩니다.
연합뉴스는 장마기간 기상 예보와 지자체별 대응 상황 등을 살펴보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각계 전문가 조언 등을 들어보는 3편짜리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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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장마] ① "섬뜩 섬뜩 합니다" 복구는 더딘데 장마는 코앞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PYH2019100311570005100_P4.jpg)
피해 복구라고 해봐야 천막으로 덮어 놓은 임시방편뿐이어서 올해 장마에 또 피해가 되풀이될까 봐 정말 걱정입니다"
2019년 10월 3일 산사태가 발생, 마을 주민 4명이 숨지고 재산피해 수십억원이 난 부산 사하구 구평동 주민 이주용씨 말이다.
산사태 당시 산 위쪽 군 연병장 아래 시커먼 석탄재가 엄청난 양의 토사와 함께 마을과 공장을 덮쳤다.
2년이 지난 후 찾아간 산사태 현장은 초록색 천막에 덮여 있었다.
비탈길에 오르려고 다가가자 천막을 고정하기 위해 설치된 자갈 포대들이 눈에 띄었다.
자갈은 하얀 포대에 담겨 있었는데, 일부는 포대위로 드러나 있었고 그나마 부식된 지 오래였다.
![[긴급점검 장마] ① "섬뜩 섬뜩 합니다" 복구는 더딘데 장마는 코앞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KR20210630123700051_04_i_P4.jpg)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전국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지만, 상당수 재해 현장 복구공사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피해지역 주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피해를 볼까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2차례 범람한 부산 동천 주변도 불안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하천 수로를 좁게 만들어 범람 원인으로 지목된 가물막이 시설은 사라지고, 하천이 범람하면 전력 공급이 끊겨 무용지물이 됐던 배수펌프장 위치가 다소 높아졌지만, 이게 다였다.
침수 피해를 본 동천 인근에 100억원 가량을 투입해 빗물을 저장하는 저류조를 설치하고 펌프를 신설하는 사업은 실시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재해예방 목적으로 진행되는 하천 정비사업도 용역발주 단계다.
지난해 부산에서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가 난 630곳 중 복구공사가 끝난 곳은 430곳(68.3%)에 그쳤다.
복구공사가 끝난 곳 대부분도 공사비가 1억원이 안되는 소규모 피해지역이다.
나머지는 아직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다.
![[긴급점검 장마] ① "섬뜩 섬뜩 합니다" 복구는 더딘데 장마는 코앞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KR20210630123700051_05_i_P4.jpg)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속살을 드러낸 야산에서도 땅을 다지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상단부에는 토사가 아래로 밀려나지 않도록 흙을 가두는 사방댐도 설치돼 있었다.
오산면 성덕마을 김금선(70·여) 씨 집 앞에는 두꺼운 옹벽이 설치 중이다.
산사태 복구와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토사가 덮친 집안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김씨는 곧 다가올 장마가 걱정이다.
당시 김 씨 이웃에서는 무너져내린 토사가 주택 5채를 덮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지금도 화창한 낮에만 집에서 생활하고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마을회관 앞 컨테이너형 임시주택으로 거처를 옮긴다.
![[긴급점검 장마] ① "섬뜩 섬뜩 합니다" 복구는 더딘데 장마는 코앞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KR20210630123700051_06_i_P4.jpg)
수해로 가옥과 상가 1천100여 가구가 잠긴 구례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을 제방은 응급 복구를 마쳤으나 최근 비가 많이 내리자 주민들은 비 피해 예방에 바쁜 표정이다.
집과 한우 축사가 침수된 양정마을의 경우 아직 15가구 중 10가구가 임시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완파된 가구 1천600만원, 침수된 가구는 200만원이 지원됐지만, 주민들은 생계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수천만 원을 웃도는 집수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8월 2일 하루 367㎜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농경지 침수와 유실 등 큰 피해가 난 충북 제천시 봉양읍 삼거리에도 수해 흔적이 여전하다.
제천 시내에서 삼거리 본동마을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수해복구 대상지임을 알리는 빨간색 깃발이 꽂혀 있었다.
하천 일부 구간과 농경지 등에는 응급복구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복구공사가 진행된 산사태 발생지도 눈에 띄었다.
![[긴급점검 장마] ① "섬뜩 섬뜩 합니다" 복구는 더딘데 장마는 코앞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KR20210630123700051_01_i_P4.jpg)
아스팔트 포장 구간은 바닥에 구멍이 뚫렸고, 길 끝부분에는 차량 진입을 막는 '공사 중'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 마을 돌모루천 재해복구 공사는 시작도 못 했다.
주민 박모(72) 씨는 "수해 때 마을 입구 도로가 일부 깨졌는데 수해복구 차량이 다니면서 더 심해졌다.
자칫 크게 밑으로 내려 앉으면 마을이 고립될 수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수희 박재천 장아름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