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 등록 포기까지…갈팡질팡 여론 눈치만 본 흥국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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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결국 학창 시절 폭력(학폭)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이재영·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와 다음 시즌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2021-2022 프로배구 정규리그 선수 등록 마감일인 30일, 흥국생명은 구단주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쌍둥이 자매의 선수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선수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들과의 원만한 화해를 기대하였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현재 두 선수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등록 포기 사유를 설명했다.
쌍둥이 자매의 선수 등록을 반대하는 트럭 시위가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벌어졌을 정도로 여론이 나빴기에 흥국생명 구단의 결정은 '팬심'에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기 구단 흥국생명의 주전 레프트와 세터인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폭 사건은 프로 스포츠 전반으로 확산한 파문의 시발점이라는 측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올해 초 한 온라인 사이트에 학창 시절 쌍둥이 자매의 폭력에 시달렸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르자 흥국생명을 비롯한 배구계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됐다.
흥국생명은 2월 15일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배구협회도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학폭을 인정하고 사과한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은 스스로 잔여 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배구협회는 송명근의 대표 자격도 박탈했다.
배구가 도화선이 된 스타 선수들의 학폭 사건은 이후 프로축구, 프로야구 등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주목할 점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의 대응과 해당 선수 소속팀의 대처 방식이다.
학창 시절 후배 성폭행 의혹에 휘말린 축구 선수 기성용(FC 서울)은 변호사를 내세워 곧장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사실 규명에 방점을 찍은 FC 서울 구단도 기성용의 경기 출전을 막지 않았다.
역시 학폭 논란 당사자인 투수 이영하(두산 베어스)는 단체 집합 때 선수단 기강을 잡으려 한 적이 있고, 후배에게 안 좋은 기억을 준 점을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특정인에게 가혹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두산 구단은 이영하와 피해자라고 밝힌 측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영하는 구위 저하로 고전 중이나 경기에는 문제없이 나선다.
송명근은 진정 어린 사과로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고 소속 구단인 OK금융그룹과 자유계약선수(FA)로 계약도 했다.
그는 7월에 입대해 2023년 코트로 돌아온다.
납치·감금·집단 폭행의 가해자로 지목된 박상하는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에서 은퇴한 뒤 법적 소송 끝에 허위 폭로라는 점을 밝혀내고 현대캐피탈로 복귀했다.
다만 친구와 후배들을 구타한 점은 시인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폭 가해자인 선수가 스스로 해결하거나 구단이 함께 움직여 공동 대응한 사례와 달리, 흥국생명은 이도 저도 아닌 행보로 사태를 키웠다.
배구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그저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며 넉 달 이상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쌍둥이 자매 측이 진실 규명 차원에서 지난 시즌 직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도 구단 이미지를 내세워 반대했다.
그렇다고 쌍둥이 자매와 피해자들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니다.
구단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라면 쌍둥이 자매와 단칼에 결별할 수도 있었지만, 다음 시즌에도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해 세상이 조용해지기만을 기다리며 여론 눈치만 살폈다.
그러다가 다음 시즌 선수 등록 마감 시한이 다가오자 흥국생명은 다급해졌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은 팀 복귀, 학폭 가해자로 더 큰 비판을 받은 이다영은 해외 진출로 가닥을 잡고 물밑에서 움직였다.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22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선수 인권 센터 발족을 제안하면서 쌍둥이 자매를 2021-2022시즌 선수로 등록하겠다고 각 구단에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 등록 움직임에 비난이 쇄도하자 흥국생명은 28일 입장문을 내려다가 숨을 고른 뒤 30일 결국 등록 포기 결정을 발표했다.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 못한 쌍둥이 자매의 잘못이 가장 크겠지만, 뒷짐만 진 채 사태를 이 지경에 몰고 온 흥국생명 구단의 책임도 절대 작다고 볼 수 없다.
/연합뉴스
2021-2022 프로배구 정규리그 선수 등록 마감일인 30일, 흥국생명은 구단주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쌍둥이 자매의 선수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선수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들과의 원만한 화해를 기대하였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현재 두 선수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등록 포기 사유를 설명했다.
쌍둥이 자매의 선수 등록을 반대하는 트럭 시위가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벌어졌을 정도로 여론이 나빴기에 흥국생명 구단의 결정은 '팬심'에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기 구단 흥국생명의 주전 레프트와 세터인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폭 사건은 프로 스포츠 전반으로 확산한 파문의 시발점이라는 측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올해 초 한 온라인 사이트에 학창 시절 쌍둥이 자매의 폭력에 시달렸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르자 흥국생명을 비롯한 배구계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됐다.
흥국생명은 2월 15일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배구협회도 두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학폭을 인정하고 사과한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은 스스로 잔여 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배구협회는 송명근의 대표 자격도 박탈했다.
배구가 도화선이 된 스타 선수들의 학폭 사건은 이후 프로축구, 프로야구 등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주목할 점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의 대응과 해당 선수 소속팀의 대처 방식이다.
학창 시절 후배 성폭행 의혹에 휘말린 축구 선수 기성용(FC 서울)은 변호사를 내세워 곧장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사실 규명에 방점을 찍은 FC 서울 구단도 기성용의 경기 출전을 막지 않았다.
역시 학폭 논란 당사자인 투수 이영하(두산 베어스)는 단체 집합 때 선수단 기강을 잡으려 한 적이 있고, 후배에게 안 좋은 기억을 준 점을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특정인에게 가혹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두산 구단은 이영하와 피해자라고 밝힌 측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영하는 구위 저하로 고전 중이나 경기에는 문제없이 나선다.
송명근은 진정 어린 사과로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고 소속 구단인 OK금융그룹과 자유계약선수(FA)로 계약도 했다.
그는 7월에 입대해 2023년 코트로 돌아온다.
납치·감금·집단 폭행의 가해자로 지목된 박상하는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에서 은퇴한 뒤 법적 소송 끝에 허위 폭로라는 점을 밝혀내고 현대캐피탈로 복귀했다.
다만 친구와 후배들을 구타한 점은 시인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폭 가해자인 선수가 스스로 해결하거나 구단이 함께 움직여 공동 대응한 사례와 달리, 흥국생명은 이도 저도 아닌 행보로 사태를 키웠다.
배구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그저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며 넉 달 이상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쌍둥이 자매 측이 진실 규명 차원에서 지난 시즌 직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도 구단 이미지를 내세워 반대했다.
그렇다고 쌍둥이 자매와 피해자들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니다.
구단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라면 쌍둥이 자매와 단칼에 결별할 수도 있었지만, 다음 시즌에도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해 세상이 조용해지기만을 기다리며 여론 눈치만 살폈다.
그러다가 다음 시즌 선수 등록 마감 시한이 다가오자 흥국생명은 다급해졌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은 팀 복귀, 학폭 가해자로 더 큰 비판을 받은 이다영은 해외 진출로 가닥을 잡고 물밑에서 움직였다.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22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선수 인권 센터 발족을 제안하면서 쌍둥이 자매를 2021-2022시즌 선수로 등록하겠다고 각 구단에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 등록 움직임에 비난이 쇄도하자 흥국생명은 28일 입장문을 내려다가 숨을 고른 뒤 30일 결국 등록 포기 결정을 발표했다.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 못한 쌍둥이 자매의 잘못이 가장 크겠지만, 뒷짐만 진 채 사태를 이 지경에 몰고 온 흥국생명 구단의 책임도 절대 작다고 볼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