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업성 우선으로 예비타당성조사도 수도·영남권 심화
[지방균형] ② 국가 R&D 예산·시설도 일부 지역 치우쳐
산업기반과 연구개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은 주도적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기획하고 준비하더라도 실제 그 사업을 유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전남도가 사업을 기획했던 이차전지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이차전지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 공모에서 충북도가 선정됐는데 전남도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남도가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국가계획 반영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공모사업 최종 선정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산업의 집적도와 연구개발 인프라·인력이 우수한 수도권·충청권에 비해 우리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가연구개발사업 선정평가 시 태생적인 단점을 평가에 반영하면 기반이 열악한 곳은 다른 지역에 계속 밀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올해 27조 4천억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지역 간 연구개발사업(R&D)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예비타당성조사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연구개발시설 사전 평가 방식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예타 조사는 1999년 도입 이후 20년 이상 효율과 경제성만을 강조한 제도 운용으로 국가 불균형 발전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자체들은 지목한다.

20년간 이뤄진 618건의 예타 현황을 살펴보면 이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수도권이 142건 86조 6천억원(35%)을 차지했고, 영남권은 175건 65조5천억원(26.5%)인데 비해 호남권은 104건 36조2천억원(14.6%)에 그쳤다.

[지방균형] ② 국가 R&D 예산·시설도 일부 지역 치우쳐
광역지자체 한 관계자는 "사업성이나 경제성을 우선시하면 낙후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원하는 연구개발사업 중 어떤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있겠느냐"며 "이 같은 사업성 기준은 연구개발시설을 일부 지역에 편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가 R&D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 운용지침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업입지가 특정 지역으로 지정된 경우만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선택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연구개발·산업기술 등과 관련한 정부 공모사업에서도 사업성 위주 평가가 이뤄지면서 연구와 기반시설이 확보된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등으로 국가사업 편중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다.

20조 6천억원 규모의 2019년 R&D 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충청권이 7조5천억원으로 37%를, 수도권은 6조7천억원으로 33%를, 영남권은 4조3천억원으로 21%를 차지했다.

호남권은 고작 1조6천억원으로 8%에 그쳤으며 이중 전남은 3천1999억원 1.6%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 역시 지방분권·지역균형발전을 중시하는 국정 기조에 발맞춰 R&D 분야에서도 지역 대상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균형뉴딜' 등 지역의 특화산업과 연계해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지역균형발전 반영을 위한 정책과 제도개선 등을 정부와 국회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관철하려는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의 현행 기조로는 기존처럼 연구개발시설들이 일부 지역에 편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방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연구개발시설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