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곳, 못사는 곳 균형재정 보완장치 없어…부익부·빈익빈 심화

[※ 편집자주 =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지방재정분권 1·2단계 사업과 국비지원 공모사업 등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헛돌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방재정분권이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오히려 더욱 악화하고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개발과 산업기술 등 정부 공공사업도 경제성 위주로만 평가되면서 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은 소외가 계속돼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는 3차례로 나눠 정부의 이 같은 분권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우려를 살펴보고 재정분권의 부작용 완화와 국가 연구기반시설의 균형 배치 촉진 등 대안을 모색한다.

]

[지방균형] ① 지역간 균형발전 빠진 재정 나누기…지방소멸 가속화
"정부의 지방 재정분권 정책을 반대하는 지자체는 한 곳도 없습니다.

다만 그 정책의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것은 재정분권의 긍정적 효과는 사라지고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입니다.

"
정부의 지방 재정분권 정책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잘사는 지자체는 더욱 앞서가고 못사는 지자체는 갈수록 뒤처지는 지자체 간 빈부격차 심화가 국가 문제로 대두될 것이란 우려다.

2019년 기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 지자체 관계자의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내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점유율이 51.9%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지방세입의 경우도 서울 22조 2천682억원, 경기 24조 1천380억원, 인천 4조 8천94억원으로 수도권이 전국의 56.6%를 차지한다.

전남 2조 7천147억원, 전북 2조 2천921억원, 강원 2조 1천686억원 등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수도권은 자체 재원만으로도 주민복지나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비수도권은 복지사업 재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개발 투자 재원을 스스로 확보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으로만 인구가 유입되고 민간투자도 집중되면서, 자치단체 간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화하고 그에 따라 잘사는 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지방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2018년 10월에 밝힌 정부의 재정분권 기본원칙은 균형발전 촉진과 지역 간 세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보정장치를 마련하고, 어느 지역도 현 제도보다 불리해지는 경우가 없도록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까지 추진한 1단계 재정분권에 대해 일부 지자체는 "인위적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개선만을 우선시하면서, 오히려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악화시키고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재정분권 관련법 개정안에도 불만이 많다.

개정안은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10%포인트 인상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 중 3조6천억원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재원을 3년간만 한시적으로 보전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재정분권의 목표인 지역 간 균형재정을 위한 보완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고, 내국세인 부가가치세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교부세 감소분에 대한 보전방안도 포함되지 않아 비수도권 지자체의 강한 불만을 샀다.

[지방균형] ① 지역간 균형발전 빠진 재정 나누기…지방소멸 가속화
특히 균특회계 보전에 대해서도 낙후지역에 쓰여야 할 예산을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좋은 수도권에 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23년부터는 균특회계 전환사업 보전분 3조6천억원에 대해 소비지수 가중치 방식을 적용해 17개 시도에 배분하도록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도권의 균특회계 전환사업 점유율은 9% 정도지만, 소비지수 가중치의 경우는 30%에 달해 이는 비수도권에 지원되던 균특회계 재원 8천억원을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균특회계 사업수요가 별로 없는 수도권 등 도시지역은 오히려 지방소비세가 크게 늘어난다.

비수도권 지역은 재원이 대폭 감소해 기존 균특회계로 지원하던 농어촌·낙후지역 개발사업마저도 대부분 축소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또 중앙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할 때는 자치단체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수요에 따라 재원도 지속 보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1단계 재정분권은 정반대되는 제도를 설계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2014년 취득세를 영구 감면하면서 지방세 감소분 보전을 위해 지방소비세 6%를 인상하고 한시 규정없이 영구 보전했다.

그 결과 수도권은 부동산 거래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으로 취득세 대폭 증가는 물론, 여기에 취득세 감면분까지 추가로 보전하면서 이중 혜택을 보고 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수도권에 유리한 재원은 지속 보전하고, 비수도권에 지원하는 재원은 한시 보전하는 것 자체가 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국세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분도 보전하지 않아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비수도권 지자체는 이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지방재정의 지역 간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장치인 지방교부세를 보전하지 않고, 그 재원을 지방소비세 배분방식으로 나눔으로써 인구가 많은 수도권으로 재원을 넘겨주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광역지자체 관계자는 "재정분권 추진으로 어느 지역도 현 지방재정 제도보다 불리해지는 경우가 없도록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하겠다던 정부의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지역 간 재정 격차는 더욱 커지고 균형발전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