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벽면에 길이 28m의 디지털 산수화를 선보이는 등 그동안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대형 작업에 몰두했다.
다음 달 7일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막하는 개인전 '황인기 목탄 그림'은 전시 제목처럼 종이에 목탄으로 그림과 짧은 글귀를 담은 문인화 형식의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다.
80×110㎝ 크기 종이에 마치 어린아이 그림처럼 간결한 선이 두드러지는 드로잉이 삶의 연륜과 통찰이 묻어나는 시적인 글귀와 어우러진다.
동양화처럼 넓은 여백은 여유와 여운을 남긴다.
각 작품에는 '바람이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지', '아무것도 못 가져간다네', '봄이 오면 마음이 자꾸 밖으로 나갑니다' 등의 글귀가 눈에 띈다.
두 개의 선으로 찌그러진 형태의 타원을 그리고 '不不足'이라고 쓴 게 전부인 작품도 있다.
욕심을 내려놓고 만족하는 삶의 자세를 말하는듯한 작품은 텅 빈 듯 하지만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작보다 더 꾸밈없이 속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토해내는 작업이라는 의미다.
그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그린 것이 아니라 그려놓고 나서 보면서 거꾸로 나도 생각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허연 종이를 놓고 바라보다 보면 모양이 보이고 생각이 나는 것을 그린 뒤 글을 붙인다"라며 "지나고 보니 내가 사람의 이기심, 자본주의 해악, 죽음 등에 관심을 가졌더라"고 덧붙였다.
드로잉 작품은 대부분 목탄으로만 그렸고, 일부에 먹이나 작가가 그동안 사용한 크리스털, 홀로그램 필름 재료를 썼다.
작가는 30년 가까이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완성한 700~800점 중 이번 전시에 30여 점을 내놓는다.
드로잉 작업 외에 4m 폭의 광목천 위에 먹으로 그린 대작과 홀로그램 필름에 그린 실리콘 드로잉 등을 볼 수 있다.
황인기는 서울대 회화과,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내외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했다.
199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고, 2003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다.
전시는 7월 27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