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완화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대출 규제 완화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가계·기업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 인플레이션율)가 지난 2009년 후 가장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금리 하락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의 과열 양상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자산시장 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치솟은 물가…내려간 실질금리

28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실질 기준금리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연 -1.8%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8월(-1.8%) 후 가장 낮았다. 실질 기준금리는 명목 기준금리(연 0.5%)에서 향후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율(2.3%)을 뺀 수치다. 실질금리는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의 이론(피셔 방정식)을 바탕으로 산출되며 한은과 경제학계가 주로 참고하는 지표로 통한다.

실질금리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에 연 –0.5% 수준이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내린 2020년 3월에 실질금리는 연 -1.0%로 하락했다.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로 내린 그해 5월에는 연 -1.1%로 떨어졌다.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더니 올해 6월에는 –1.8%까지로 내려갔다. 내림세를 보이는 실질금리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간 3년 만기 국고채(국채) 금리 등 시장금리와 상반된 움직임이다.

실질금리가 떨어진 것은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퍼진 결과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물가가 뛰면서 6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2.3%를 기록했다. 2019년 3월(2.3%) 후 최고치다.

한은 "실질금리가 부동산 투자 영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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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내려가는 실질금리가 집값을 자극한다는 분석도 많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화폐환상에 관한 연구'(BOK경제연구 2021-8호)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가계는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명목금리보다는 실질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명목금리가 움직여도 실질금리의 변화가 없다면 가계 다수는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변화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분석처럼 실질금리 하락이 이어지자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출렁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1.01% 상승해 전월(0.80%)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올해 1월 1.27%에서 2월 1.14%, 3월 0.96%, 4월 0.74%로 석 달 연속 오름폭이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상승폭을 키워 이달까지 2개월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가계가 체감하는 실질금리가 내려가면서 시중 유동성이 더 늘어나고,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의 자금순환표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보다 46조7000억원 증가한 2045조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했다. 한은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을 막고 불어나는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