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술 썼다가 한국기후 못 버텨…시공사 비용부담
'비 새는 돔구장' 오명 벗나…고척돔 대대적 보수
'사계절 야구'라는 기치 아래 개장했다가 빗물이 새 체면을 구긴 고척스카이돔이 방수 공사에 나선다.

고척돔을 관리하는 서울시 서울시설공단은 누수 방지를 위해 지난 4∼5월 보수·보강공사를 벌였다고 27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고척돔 지붕에서는 총 14일에 걸쳐 42개 지점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지난해 이전에도 누수가 발생해 관람석에 빗물이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 돔구장이다 보니 관련 지식과 경험이 적은 탓에 그간 대응은 임시방편에 그쳤다.

근본 원인 제거에 나선 공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5개월간 한국건설방수학회에 누수 진단 연구용역을 맡겼다.

누수 실태 파악을 위해 펌프로 물을 쏟아붓고 대형 송풍기로 비바람을 만드는 재현 실험도 2회 거쳤다.

공단은 유럽식 돔구장 방수 기술을 가져와 적용한 게 누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선진 기술이 극단적인 한국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여름철 고척돔 지붕 부근 기온은 80도까지 솟구치고,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지 않은 지금도 60∼65도를 오르내린다.

반대로 겨울이면 영하로 곤두박질친다.

유럽과 달리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로 방수시트와 접합 부위 실리콘이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다가 파손되면서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공단은 파악했다.

지난 5월 26일까지 내구성이 강한 자재로 교체하는 보수공사를 진행한 결과 42개 누수 지점 가운데 38개 지점은 누수가 잡혔다.

나머지 지점들을 대상으로 2차 방수공사가 진행 중인데 1곳만이 아직 내부에 이슬이 맺히는 정도의 누수가 없어지지 않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공사 중이던 지난달 15∼16일 81.9㎜ 강수에도 누수가 없었다.

지난해엔 10㎜ 이하 강수에도 누수가 일어난 것과 비교하면 뚜렷이 개선됐다고 한다.

이번 공사 비용은 하자 보수 차원에서 고척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전액을 댔다.

공단 관계자는 "돔구장 자체가 없었다 보니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전문기술이 없었던 것이 원인"이라며 "연말까지 돔구장 유지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서 다른 건설사나 지방자치단체가 돔구장을 만들 때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