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림 연세대 교수, 제주포럼 폐막 세션 기조강연

한국 현대사의 큰 비극으로 남은 제주4·3이 정의와 화해, 화해와 상생이 결합하는 세계 보편모델로 거듭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제주4·3은 정의와 화해, 화해와 상생 결합하는 세계 보편모델"
26일 제주에서 열린 제16회 제주포럼 '화해·평화·치유의 보편모델 : 제주에서 세계로'란 주제로 열린 폐막세션에서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가 세계의 기술표준을 제시했듯이 화해·상생·회복에서 한국 사회가 세계와 공유할 것이 있다면 바로 제주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과거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전 세계 곳곳에서 격렬한 충돌을 벌였고, 대부분 '제3세계'였다"며 "한반도의 분단과 4·3은 세계 중심의 냉전이 주변의 열전으로 폭발한 것으로, 민족대결이 아닌 세계대결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4·3 당시, 그리고 4·3 이후의 제주는 '아포리아'(Aporia) 상태였다"며 "살아서 감당할 수도 따라서 죽을 수도 없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제주는 북촌리의 숨겨진 아픔을 소설 '순이삼촌'을 통해 최초 발화하면서 아포리아 상태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며 "더는 자신들이 소위 '빨갱이'도 아니며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님을 자각함과 동시에 항쟁과 저항이라는 '항쟁 담론'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 평화의 섬 프로젝트를 통한 동아시아 평화 허브 구축, 자치와 평화·인권 담론으로의 성장, 4·3 70주년에는 세계 보편의 제주모델, 제주 패러다임을 만들어 어떻게 세계와 공유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가의 민주화, 아래로부터의 4·3운동, 민주화 이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민관협력과 상호협치 모습, 4·3유족회와 경우회의 민민간 화해와 상생 선언 등 세계 여느 곳 못지않은 두터운 화해로 진전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제주는 이념과 이념, 문명과 문명, 제국과 제국이 충돌하는 변방이었지만 지금 제주는 폭력과 학살을 준 세계에 화해와 상생을 수출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화해 행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