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까지 그만두고 어머니의 병간호를 도맡아왔던 점이 참작됐으나 엄벌을 피할 수 없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존속상해치사·존속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11월 서울 관악구의 자택에서 어머니의 병간호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 B(78)씨를 여러 차례에 걸쳐 둔기 등으로 폭행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어머니가 치매·허리디스크·폐암을 앓다 지난해 3월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어려워지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병간호에 전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씨는 2019년 가정불화로 집을 나갔다가 1년 뒤 집에 돌아온 뒤에도 자주 노숙하고 병간호를 전혀 돕지 않아 A씨와 자주 마찰을 빚었다.
A씨는 법정에서 아버지의 얼굴·손을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사인으로 지목된 늑골 골절을 입힐 수 있는 가슴·옆구리를 때린 적은 없다며 "사망과 폭행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검 감정서 등을 검토했을 때 B씨의 사망원인을 '늑골 골절에 따른 호흡곤란'으로 한정할 수 없고 A씨의 여러 날에 걸친 폭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해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심신미약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반인륜적이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행위"라면서도 "피고인이 거동이 불편한 모친을 장기간 부양했지만, 피해자가 이를 돕지 않아 혼자 병간호를 전담하다시피 하던 중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유족들이 이런 사정을 감안해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고, 모친의 주치의를 비롯한 지인들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