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3세 안창림, 오노에 6전 6패…일본 안방서 설욕 노린다

[도쿄 라이벌] ③ 안창림 vs 오노
한국 남자 유도 73㎏급의 간판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잊지 못한다.

안창림은 '숙적' 오노 쇼헤이(29)와 정규시간 4분, 연장전 7분 9초를 합해 무려 11분 9초 동안 '혈투'를 펼쳤는데, 골든 스코어 절반패로 무릎을 꿇었다.

아쉬운 결과였다.

안창림은 악착같이 오노를 몰아세우다가 허벅다리 후리기 기술을 잘 막았는데, 착지 과정에서 팔꿈치가 바닥에 닿았다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배를 기록했다.

안창림은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안창림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단순히 금메달 획득에 실패해서가 아니다.

심판 판정 때문만도 아니었다.

오노에게 설욕하겠다는 '한'을 아깝게 풀지 못해서였다.

오노와 악연은 계속됐다.

안창림은 삭발하고 출전한 지난해 국제유도연맹 뒤셀도르프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오노와 만났는데, 허벅다리걸기 절반패를 기록하며 다시 주저앉았다.

역대 상대 전적은 6전 6패가 됐다.

[도쿄 라이벌] ③ 안창림 vs 오노
안창림이 압도적으로 열세를 기록하고 있는 오노가 유일하다.

안창림은 일본 유도 대표팀 해당 체급 '투톱'으로 꼽히는 하시모토 소이치를 상대로는 최근 3연승을 기록할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 마스터스 대회 결승에서도 하시모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유독 오노만 만나면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안창림은 도쿄 올림픽을 오노에게 첫 승리를 거둘 무대로 잡고 맹훈련 중이다.

자신의 장점인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주특기 업어치기 외에 다양한 기술 훈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체 수비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노는 발기술이 좋은 선수다.

밭다리후리기와 허벅다리걸기가 주특기인데, 안창림은 번번이 이 기술에 무너졌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지난해 그랜드슬램에서도 허벅다리걸기를 막지 못했다.

오노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선 도복 잡기부터 우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힘이 좋은 오노에게 양손으로 도복을 잡히면 발기술을 막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 된다.

안창림은 오노의 오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등 한 방향으로 틀어 힘 싸움에 나설 계획이다.

힘 싸움을 위한 체력 훈련도 집중적으로 소화했다.

[도쿄 라이벌] ③ 안창림 vs 오노
안창림은 자신에 차 있다.

그는 최근 "오노는 꼭 승리하고 싶은 선수"라며 "일단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창림은 올림픽 무대가 일본에서 열리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일본 도쿄는 오노의 안방이기도 하지만, 안창림에게도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안창림은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유도를 배웠다.

그는 쓰쿠바대학교 2학년이었던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일본 유도의 차세대 에이스 재목감으로 꼽히기도 했다.

도쿄 올림픽 유도 종목이 열리는 도쿄 무도관은 안창림이 일본 전국대회 첫 우승을 했던 장소다.

일본 국내 무대를 석권한 안창림은 일본 유도연맹의 귀화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2014년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 유도 선수로 새롭게 출발했다.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무대였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경험 부족으로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2018년 바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섰고, 2018 후허하오터 그랑프리, 2019 안탈리아 그랑프리, 2021 도하 마스터스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세계랭킹 4위의 안창림은 148전 128승 20패, 승률 86.49%를 거뒀다.

한판승은 82차례 거뒀다.

오노는 자타공인 남자 유도 73㎏급 최강자다.

전력 노출을 꺼리는 오노는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세계랭킹(13위)은 다소 낮지만,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세 차례(2013년, 2015년, 2019년) 우승했고,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다.

국제대회 총 103차례 경기에서 95승 8패, 승률 92.23%를 기록 중이며, 한판승은 69차례나 거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