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협의하면 금액 인상 마음대로…이행실태 관리도 안돼
복지부 통제 벗어난 지자체 복지사업…재정 관리 '엉망'
보건복지부가 과도한 재정이 투입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국가 전체 복지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복지사업을 신설·변경할 때 복지부와 지자체가 협의하도록 하는 '복지사업 협의·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가 재정 부담을 마음대로 늘리고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도 복지부는 통제할 방법이 없고 관련 상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감사원의 '복지사업 협의·조정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018년 복지사업 변경과 관련한 지자체와의 협의 시 '급여 수준 변동'을 협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급여 수준을 낮춰 복지사업을 신설한 뒤 추가 협의 없이 급여 수준을 높이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는 2019년 육아기본수당 지원사업의 지원액을 '월 50만원'으로 계획했다가 복지부가 재정 부담을 지적하자, '월 30만원'으로 낮춰 복지부와의 협의를 완료했다.

그러나 이 사업의 급여는 올해 월 40만원으로 인상됐고, 내년에는 월 50만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복지부 통제 벗어난 지자체 복지사업…재정 관리 '엉망'
감사원은 또 복지부가 재원 조달 계획을 재정자립도·재정자주도 등 개괄적 수치만으로 검토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라남도는 지난 2019년 농어민수당 도입을 요청하면서 지방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세입 증가분으로 사업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해당 증가분은 이미 사용처가 정해져 있던 금액이었다.

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라는 검토 의견만 제시해 사실상 사업을 승인했다.

감사 결과 일부 지자체는 복지부와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복지부는 협의 이행 실태를 점검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었다.

예를 들어 충북 보은군의 경우 2017년 복지부의 '부동의' 통보를 받은 사업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지자체가 복지사업의 급여 수준을 일정 비율 이상 인상하는 경우 협의하도록 운용지침을 변경하고 대규모 사업 시 구체적 재원확보 방안이 담긴 재정 운용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