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공공기관 자회사 대표였던 A씨는 직원 채용 등과 관련한 비위 등으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서 나흘 뒤에 정년퇴직했다. A씨는 회사 재심 인사위원회에 낸 징계 재심 청구가 기각되자 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정년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만큼 구제이익이 없다’는 통지만 돌아왔다.
결국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한 부당해고(정직 1개월)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연이어 A씨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심 선고를 한 대전지법 행정1부(이영화 부장판사)는 “정직 처분을 받은 자에게는 그 기간 중 직무에 종사하지 못해 성과연봉을 일부 못 받는 법률상 불이익이 있는 만큼 피고 판단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행정2부(정재오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피고 항소를 기각하며 근로자 권리 보호 필요성을 더 구체적으로 강조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적법한 구제신청 기간은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라며 “정년 전이나 근로계약 만료 전 반드시 구제신청을 해야 한다면,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 또는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3개월이 아닌 잔존 근로기간으로 신청 기한을 두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이는 회사 경영자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부당해고 등으로부터 지켜주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해 2월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도 이와 비슷하다. 대법원은 “해고 기간에 미지급 임금과 관련해 강제력 있는 구제명령을 얻을 이익이 있는 만큼 재심 판정 취소를 구할 이익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와 다른 정반대 판결도 있었다. 유튜브에 출연했다는 등 이유로 정년퇴직 직전 정직 처분을 받은 한 아나운서는 “부당정직 구제 재심 기각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최근 패소했다. 이 재판부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기 전 정년퇴직한 사람은 이미 근로관계에서 벗어난 만큼 근로자 권리구제를 위해 마련한 행정적 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주 유사한 두 사건의 결과가 완전히 다르게 나온 것은 사회에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며 “어느 정도 통일된 법 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