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자본력 바탕으로 장기간 성패 거듭…장르 특성에도 기인"
'보이스'부터 '의사생활'까지…실험 끝에 완성한 시즌제
국내에서도 시즌제 드라마 제작과 편성이 활성화됐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즌제 작품을 내놓는 곳으로는 CJ ENM을 꼽는다.

CJ ENM은 최근에도 '보이스' 시즌4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를 내놓으며 작품마다 탄탄한 완성도와 팬덤을 자랑하고 있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펜트하우스'와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 속칭 '막장극', '낭만닥터 김사부'와 '검법남녀' 부류의 장르극, '보좌관' 같은 정치극 등을 통해 시즌제를 선보여왔지만 장편 드라마를 몇 개로 쪼갠 느낌이거나, 두 시즌 이상을 제작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CJ ENM만이 수사극부터 정통 드라마까지 장르와 무관하게 완전한 형태의 시즌제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CJ ENM이 안정적으로 시즌제 작품들을 수급하는 배경으로는 역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다작과 실험을 들 수 있다.

CJ ENM은 대표 채널인 tvN과 OCN을 통해 수없이 많은 시즌제 드라마를 선보여왔다.

tvN에서는 2007년 시작해 시즌17까지 이어온 '막돼먹은 영애씨'부터 지금의 신원호 PD-이우정 작가 사단을 있게 만든 '응답하라' 시리즈,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 '비밀의 숲',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는 '아스달 연대기' 등을 내놨다.

OCN도 장르극 채널답게 '보이스'뿐만 아니라 '나쁜 녀석들', '구해줘', '신의 퀴즈', '처용', '특수사건 전담반 텐(TEN) 등으로 팬덤을 확고히 형성했다.

이중 시즌4까지 이어온 '보이스'는 시즌4부터 좀 더 대중적인 채널인 tvN으로 이동했다.

'보이스'부터 '의사생활'까지…실험 끝에 완성한 시즌제
물론 이 중에는 실패한 작품들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실험을 반복하며 자체적으로 견고한 틀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23일 "CJ ENM은 드라마 채널로서 확고하게 인지도와 명성이 있어 안정적으로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고 자본도 충분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론칭한다"며 "그런 점에서 다른 방송사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도 "전체적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시즌제 실험을 해서 축적된 부분이 있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노력도 동반된 덕분"이라며 "다른 막장극 시즌제처럼 '왜 시즌제로 제작했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기간에 대한 규칙성도 없는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장르극이 문법상 시즌제로 제작하기에 용이하다 보니 장르극에 특화된 OCN을 보유한 CJ ENM이 두각을 가장 먼저 나타냈다는 분석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휴먼드라마나 사회드라마로 시즌제를 구상하기는 쉽지 않다.

형사나 검사가 주인공이 되는 스릴러극이 시즌제 제작에 용이해서 OCN이 많이 해왔다"면서 "JTBC의 경우에도 '밀회'나 '미스티' 같은 치정 멜로 장르를 시즌제로 하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장르 특성의 차이인데, 장르극 외에 다른 분야에서 시즌제를 무리하게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짚었다.

여전히 국내는 시즌제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평론가는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자본과 시스템, 일종의 유통 채널 파워가 있어 시즌제 제작이 가능하다.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시즌제에 대해 낭만적으로만 접근해서도 안 된다.

조건을 갖추지 못한 방송사가 나서면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