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언론 보도…가톨릭 신앙·표현의 자유 침해 언급
"교황청, 伊성소수자 혐오 반대 법안에 외교 루트로 항의"
교황청이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성소수자 혐오증 반대 법안'에 외교적 차원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현지 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11월 이탈리아 하원 표결을 통과한 뒤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게이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의 성소수자 및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진보·보수 정당 간 첨예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법제화에 진통을 겪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교황청이 해당 법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공식 외교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보도에 따르면 교황청 외무장관인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는 지난 17일 피에트로 세바스티아니 주교황청 이탈리아 대사에 외교 공한의 하나인 구술서(Note Verbale)를 전달했다.

교황청은 문서에서 해당 법안이 신앙 및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새로 제정되는 성소수자를 위한 법정 기념일에 가톨릭 학교도 의무적으로 동참하도록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가톨릭 신자들이 성소수자 권리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을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교황청은 이것이 1929년 교황청-이탈리아 정부 간에 체결된 라테라노 조약(Lateran Pacts)에 위배된다는 점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시즘 창시자인 베니토 무솔리니 체제 때 맺어진 라테라노 조약은 이탈리아 정부가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시국을 일정한 영토와 국민,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라는 점과 가톨릭 수장으로서 교황의 지상권을 인정한 조약이다.

바티칸과 이탈리아 내 가톨릭 신자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도 있다.

교황청이 이탈리아 국내 법안 이슈에 라테라노 조약까지 언급하며 외교적 항의를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관련 기사에서 "양국 관계 역사에서 전례 없는 조처이며, 최소한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 번도 이런 예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해당 구술서를 총리 관저로 보냈으며, 현재 총리실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교황청도, 이탈리아 외교부도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