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장과 팀장을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폭행 사건을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반면 수사 과정에 참여한 서초경찰서 형사과 A경사에 대해서는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 결정을 내렸다. A경사는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를 확인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22일 이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의 진상 조사 결과에 대한 경찰수사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경찰은 "서초서 담당 팀장과 과장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할지 여부에 대해 심의한 결과, 불송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구체적인 심의 내용과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법대 교수 3명, 법조인 2명, 수사전문가 2명, 사회인사 1명 등 외부위원 8명과 내부위원 3명 등 총 11명이 참여했다.

진상조사단은 심의위 결과에 따라 이 전 차관은 증거인멸교사, 택시기사 B씨는 증거인멸 혐의 송치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 9일 발표한 경찰 조사에 따르면 A경사는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9시께 당시 변호사였던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 A경사는 블랙박스를 압수하지도, 임의 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상부 보고도 누락했다. 조사단은 “A경사가 고의로 직무를 방기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지휘라인의 직무유기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수사 총책임자인 서초경찰서장을 비롯해 형사과장, 팀장은 지난해 11월 9일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범죄수사 규칙을 어기고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진상 파악 과정에서는 “이 전 차관을 평범한 변호사로 알고 있었다”며 거짓 진술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단은 “업무관리 소홀 책임은 인정되지만 고의로 직무 방기 혐의는 명확하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조사단은 “서울청 등 상급기관도 서초서로부터 사건에 관해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서울청 생활안전계 직원이 이 전 차관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지휘라인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며 “실무자 수준에서 이야기가 오갔지만 이를 상급기관에 대한 보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