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서 바이든 대북정책에 첫 반응…'한반도 안정적 관리'도 강조
방한 성 김 미국 대북대표 메시지 주목…코로나 상황에 당장 대화재개는 어려울듯
김정은, 미국 비난 없이 '대화'에 방점…한반도 정세 바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대화에 방점을 찍은 첫 공식 반응을 내놓으면서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온 미국의 대북정책에 북한도 일단 대화할 생각은 있다는 신호를 준 셈인데, 19일 방한하는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7일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했다면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의회연설에서 대북 외교를 거론하면서 '단호한 억지'를 강조한 것과 비슷한 원론적 표현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총비서가 "조선(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대목도 주목된다.

2018년 선언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유지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도발은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비서가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북미관계가 '대결'보다는 '대화'로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김 총비서는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더욱 높이고 유리한 외부적 환경을 주동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능동적 역할' '주동적 마련' 등은 북한이 대미외교에 집중할 때 주로 등장하는 표현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그간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설명하겠다는 미국의 접촉 시도에도 '잘 접수했다'는 반응만 보였는데, 이날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으로 보면 바이든표 대북정책을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외 메시지의 핵심은 대화"라며 "북한이 큰 틀에서 대화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어느 시점에 어떤 급에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만 남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미국 비난 없이 '대화'에 방점…한반도 정세 바뀌나
그러나 북한이 얼마나 신속하게 대화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변수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면서 중국 신임 대사의 북한 부임까지 늦어지는 등 가장 가까운 우방과의 고위급 교류도 재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경제 건설 등 내치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총비서가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한 것도 경제 건설에 집중하기 위한 대외 여건 확보의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대화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제시했던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는 지속되는 것 같다"며 "기존 입장을 바꿔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8월 한미연합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도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외교당국은 성 김 특별대표 방한을 계기로 오는 21일 열리는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의 의중을 비중 있게 논의할 전망이다.

성 김 대표는 한국과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한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