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 '애써 외면'…국민의힘 논평 "표시 나는 행동 좀 해라"
'K-바이오 랩허브' 선정 앞두고 여당 대표 인천 언급 '논란'
바이오창업 지원기관인 '케이(K)-바이오 랩허브' 선정을 앞두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국회에서 특정 지역 바이오산업을 언급해 논란이다.

사업을 처음 제안했던 허태정 대전시장은 같은 당 소속 대표의 발언을 애써 외면하며 대응을 자제하는 태도여서 지역 야당의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 대전시에 따르면 송 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인천시장 재직 시절 성과를 설명하며 셀트리온 추가 투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 등을 언급했다.

송 대표는 "세계 최고 바이오시밀러 집적단지를 만들었던 것이 글로벌 백신 생산 파트너의 토대가 됐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며 두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효과 등을 언급했다.

송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발언이지만, K-바이오랩 허브 유치에 나선 대전시 입장에서는 경쟁자인 인천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배경 등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대전시가 유치 의향서를 낸 이튿날인 지난달 26일에도 미국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며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K-바이오 랩허브는 허 시장이 2019년 미국 보스턴 랩센트럴을 방문한 뒤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에 처음으로 건의한 사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모하면서 인천이 대전과 함께 가장 강력한 경쟁 후보로 부상했다.

'K-바이오 랩허브' 선정 앞두고 여당 대표 인천 언급 '논란'
허 시장은 송 대표 발언에 대응을 주문하는 참모진 조언에도 불구하고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청 내부에서는 '인천 송도=백신'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송 대표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후보지 선정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그런 식으로 자신의 출신 지역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직무를 기반으로 한 명백한 편파적 행위"라며 "인천을 제외하고 공모에 응한 11개 전국 자치단체가 송 대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하며 불편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당장 표시 나는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중기부가 떠날 때처럼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고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며 "허 시장과 지역 정치인들은 정치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요구했다.

K-바이오 랩허브에는 치료제·백신 등 신약 개발 창업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비 2천500억원이 투입된다.

중기부는 사업계획서를 낸 전국 자치단체 12곳 가운데 서류·현장·발표 평가를 거쳐 다음 달 1곳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