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첫 정상회담서 이슈마다 '이견'…회담시간 줄고 '따로 회견'
바이든, 대선개입·해킹의혹 제기하며 보복 가능성 시사…푸틴 "美서 해킹"
核안정성 성명 채택·귀임대사 복귀 합의…"관계개선 전망"·"신뢰 섬광" 평가도
바이든 "나발니 후폭풍" 경고…푸틴 "美의회폭동·BLM시위" 역공
(모스크바·워싱턴·제네바) 유철종 이상헌 임은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두 정상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고택 '빌라 라 그렁주'에서 회담하고 핵전쟁 방지와 이를 위한 양국 간 대화 시작을 알리는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 정상은 외교 갈등 속에 자국으로 철수한 양국 주재 대사들도 복귀시키기로 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5개월 만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공언대로 러시아의 인권 문제와 미 대선 개입 및 해킹 문제를 제기하며 경고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이 전면 부인하면서 오히려 역공에 나서는 등 적잖은 이견을 노출하면서 회담은 예상보다 짧은 3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 없이 각자 회견으로 이날 상황을 전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수감 중인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 사망한다면 "러시아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그에게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 확보나 신뢰할 만한 글로벌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그러면서 "인권은 항상 테이블 위에 있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유죄 판결로 당국에 출석할 의무가 있는 나발니가 의도적으로 체포됐다면서 탄압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의 존재를 언급한 데 이어 미국의 의회 난입 사태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의 시위 상황을 거론하며 "우린 파괴와 법률 위반 등을 봤다"고 역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 억류 중인 폴 윌런 등 미국인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푸틴 대통령은 양국에서 복역 중인 상대국 수감자 문제에 대한 타협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 외교 당국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나발니 후폭풍" 경고…푸틴 "美의회폭동·BLM시위" 역공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및 해킹 의혹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걸 안다. 내가 행동할 것이라는 걸 안다"고 경고하며 "우린 상당한 사이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줬다"고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별도 회견에서 미국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오히려 미국에서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양국이 사이버 안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한 군대 배치 등 러시아의 위협적인 조치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쟁 해결 협정을 위반했다며 자국에서 합법적인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담이 성과물을 전혀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양 정상은 핵전쟁 방지를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2026년 시한이 끝나는 양국 간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을 대체하기 위한 핵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성명은 '오늘 우리는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고 절대 싸워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이런 목표와 일치되게 미국과 러시아는 함께 통합적인 양자 전략적 안정 대화를 가까운 미래에 시작할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푸틴 대통령은 또 양국 간 갈등 고조 속에 자국으로 귀임시킨 주재 대사들을 조만간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3월, 존 설리번 주러시아 미국 대사는 4월에 자국으로 철수했었다.
바이든 "나발니 후폭풍" 경고…푸틴 "美의회폭동·BLM시위" 역공
회담 분위기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꽤 솔직했다. 좋고 긍정적이었다"고, 푸틴 대통령은 여러 이슈에서 평가가 엇갈렸지만 "대화는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두 나라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진정한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몇 달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뒀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냉전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면서 신냉전이 양국을 비롯해 누구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푸틴 역시 "신뢰의 섬광이 비쳤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아주 건설적이고 균형 잡혀 있으며 아주 경험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고 성과 역시 제한적인 데서 보듯 두 정상은 상대를 자국에 초청하지 않았다.
당초 이날 회담은 소인수회담과 두 번의 확대회담으로 4∼5시간가량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확대회담이 한 번으로 줄었고 회담 개시 전 언론 공개 부분과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 머리를 맞댄 시간은 3시간에 그쳤다.
honeybe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