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욱제 사장 "신약파이프라인만 30개…창립 100년 되는 2026년 매출 4조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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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34년 유한양행맨' 조욱제 사장
5년뒤 영업익 8000억 목표
국내 1위 제약사이지만
세계랭킹 100위권 그쳐
동물의약품·의료기기 진출
혁신신약 '렉라자'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육성
벤치마킹 대상은 길리어드
인터뷰 - '34년 유한양행맨' 조욱제 사장
5년뒤 영업익 8000억 목표
국내 1위 제약사이지만
세계랭킹 100위권 그쳐
동물의약품·의료기기 진출
혁신신약 '렉라자'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육성
벤치마킹 대상은 길리어드
올 3월 취임한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66·사진)이 사실상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건 작년 7월이었다. 6년 전 이정희 전 사장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사회가 그의 부사장 직함 앞에 ‘업무 총괄’을 붙여준 게 그 징표였다.
조 사장은 이때부터 유한양행의 미래를 자기 손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5년 뒤 세계 50대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은 그렇게 오랜 고민 끝에 그가 그린 유한양행의 미래다.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까지 회사 덩치를 두 배(2020년 매출 1조6198억원→2026년 4조원) 이상 불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리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조 사장은 그저 말뿐인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공개했다. 우선 동물의약품·의료기기·프로바이오틱스 등 신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자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키우는 동시에 제2, 제3의 렉라자 개발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1987년 입사한 조 사장은 ‘34년 유한양행맨’. 유한양행 창립기념일(17일·95주년)을 며칠 앞두고 서울 노량진로 본사 집무실에서 조 사장을 만났다.
(유한양행은 3년 전 미국 얀센에 렉라자를 1조4000억원을 받고 기술 수출했다. 업계에선 렉라자 매출이 타그리소의 절반만 돼도 유한양행이 얀센으로부터 매년 2000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ohyeah@hankyung.com
조 사장은 이때부터 유한양행의 미래를 자기 손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5년 뒤 세계 50대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은 그렇게 오랜 고민 끝에 그가 그린 유한양행의 미래다.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까지 회사 덩치를 두 배(2020년 매출 1조6198억원→2026년 4조원) 이상 불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리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조 사장은 그저 말뿐인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공개했다. 우선 동물의약품·의료기기·프로바이오틱스 등 신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자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키우는 동시에 제2, 제3의 렉라자 개발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1987년 입사한 조 사장은 ‘34년 유한양행맨’. 유한양행 창립기념일(17일·95주년)을 며칠 앞두고 서울 노량진로 본사 집무실에서 조 사장을 만났다.
▷올해 실적은 어떤가.
“1분기에 좋았다. 연결 기준으로 매출(3790억원)과 영업이익(139억원)이 작년 1분기에 비해 각각 21%와 1194% 늘었다. 4~5월에도 목표를 달성했다. 작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의약품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볼 수도 있다. 올 하반기에도 성장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간으로 매출은 작년보다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내년에는 의약품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매출 성장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사장 취임 후 어떤 목표를 세웠나.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을 배출했지만, 아직 제약·바이오 분야에선 나오지 않았다. 매출 기준으로 세계 50위권에 들어야 글로벌 제약사로 인정해주는데, 국내 1위인 유한양행조차 1조원대(2020년 1조6000억원)다. 현재 유한양행의 세계랭킹은 100위권이다. 50위는 2019년 기준으로 인도의 오로빈도파마(약 3조1000억원)다.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 기준으로 매출 4조원을 올리면 넉넉하게 톱50에 들어갈 수 있다. 영업이익 목표는 8000억원으로 잡았다. 내부적으로는 ‘목표 달성 시점을 3년 뒤인 2024년으로 앞당겨보자’고 독려하고 있다.”▷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있나.
“글로벌 제약사가 되려면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혁신 신약’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유한양행에는 렉라자가 있다. 이르면 다음달 건강보험에 등재돼 의료현장에서 처방되기 시작한다. 국내 판매와 별개로 해외 임상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임상 결과를 보면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 못지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글로벌 판매가 시작될 거다. 현재 타그리소 매출이 연 5조원이다. 절반만 팔려도 ‘국산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된다.”(유한양행은 3년 전 미국 얀센에 렉라자를 1조4000억원을 받고 기술 수출했다. 업계에선 렉라자 매출이 타그리소의 절반만 돼도 유한양행이 얀센으로부터 매년 2000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2, 제3의 렉라자도 개발 중인가.
“물론이다. 현재 유한양행이 보유한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만 30개에 이른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만 꼽아도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 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치료제 △길리어드에 8800억원을 받고 기술 수출한 또 다른 NASH치료제 △GI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알레르기치료제 △자체 개발한 비만치료제 등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이 중 베링거인겔하임과 공동개발 중인 NASH치료제와 알레르기치료제는 조만간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유한양행이 새로운 기전으로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선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술을 사들이기 위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술 수출 대박’ 사례가 추가돼 계약금과 마일스톤 수입이 들어오면 매출과 이익이 수직 상승할 것이다.”▷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2019년 1324억원에서 지난해 2227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올해도 작년보다 20% 정도 확대할 계획이다. 임상을 많이 진행하는 만큼 R&D 투자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R&D 중심 신약개발 기업’이 유한양행의 미래란 점에서 R&D 비용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래서 벤치마킹 대상도 미국 길리어드로 잡았다. 기술력 하나로 창업 3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 제약사가 된 R&D 중심 테크기업이다. 유한양행은 업력이 긴 데다 헬스케어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길리어드와 똑같은 길을 갈 수는 없다. 신약 개발과 관련해 길리어드를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의미다.”▷‘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계속할 계획인가.
“6년 전 국내외 바이오벤처 등과 신약을 공동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작한 뒤 유한양행의 R&D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될성부른 바이오벤처에 지분 투자도 하고, 이들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도 도입한 덕분이다. 렉라자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손에 넣었다. 최근에는 중추신경계(CNS) 치료에 두루 쓸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했다. 약물이 뇌에 전달될 수 있도록 뇌혈관장벽(BBB)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기술이다. 이게 현실화되면 치매나 뇌암 등을 치료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것 외에 ‘덤’도 얻었다. 그동안 기술력 있는 바이오벤처에 4000여억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투자가치가 8000억~90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프로바이오틱스 등 신사업 계획은.
“유산균 전문업체인 메디오젠과 손잡고 이르면 다음달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와이즈바이옴’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 제품보다 균주 수를 대폭 늘리는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3년 내 1000억원 브랜드로 키울 방침이다. 의료기기 시장도 들여다보고 있다. 환자가 당뇨 혈압 등 각종 수치를 집에서 측정할 수 있는 개인용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오벤처들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시약을 대행 생산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고 신사업을 키우면 인수합병(M&A)하지 않고도 몸집을 5년 내 두 배 이상 불릴 수 있다고 본다.▷인재 양성 전략은.
“공정하게 평가하고, 그 평가에 맞게 대우하겠다. 성과에 따른 보너스 차등 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휴가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생각 중이다.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도록 한 달에 하루 이틀 ‘리프레시 데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좋은 기업은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임기 안에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게 또 다른 나의 목표다.”오상헌/이선아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