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50년 된 광주공장을 대체할 새 공장을 전남 함평군에 지으려는 금호타이어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광주광역시와 함평군의 기싸움으로 표류하고 있다. 광주시는 금호타이어가 함평군으로 옮겨갈 경우 이익을 얻는 함평군에 일종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함평군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함평 빛그린산단으로 이전 추진

15일 업계와 광주시, 함평군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광주공장을 함평군 빛그린산업단지 2단계 내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조2000억원을 들여 2023년까지 최첨단 친환경 설비를 갖춘 50만㎡(약 15만 평) 규모의 새 공장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1972년 준공된 현 공장이 너무 낡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 적합한 타이어를 생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호타이어는 2019년 1월 노동조합, 광주시와 협약을 맺고 광주공장 이전 준비를 시작했다. 광주시는 지난해까지 KTX 광주송정역 역세권에 있는 현 공장을 옮기되, 관내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광주지역 향토기업으로서 지역 경제 발전에 계속 기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광주지역 기존 산단에는 새 공장을 수용할 만한 땅이 없다. 광주시는 새 산단을 제안했지만 원형지 제공에만 5년이 더 걸린다. 이전이 급한 금호타이어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금호타이어는 대신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함평군 내 빛그린산단 2단계 부지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존 공장과 멀지 않아 이전하더라도 광주지역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빛그린산단 1단계에 있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빛그린산단에는 새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충분하고, 땅값도 비교적 저렴하다”고 말했다. 빛그린산단 2단계 분양가는 평당 76만8000원 수준이다.

노후화한 광주공장 탓에 경쟁력 하락

광주시도 송정역세권 개발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려면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 여론을 우려해 먼저 나서 함평군으로 옮기라고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함평군에 ‘금호타이어를 받는 대신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달라’고 제안하게 된 배경이다. ‘광주형 일자리’로 잘 알려진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공장이 이미 완공돼 올 하반기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 들어간다.

‘꼼수’가 동원됐다. 광주글로벌모터스가 함평군과 광주시 경계에 자리해 두 행정구역 사이에 걸쳐 있는 만큼 경계를 조정해 광주시 관내로 편입해달라는 것이다. 함평군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함평군 관계자는 “함평군 땅을 광주시로 넘기라는 것인데 어떻게 받아들이겠냐”고 했다.

광주시가 법적으로 광주공장 이전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광주공장 부지를 매각해 이전비를 마련해야 하는 금호타이어로선 기존 부지 용도를 변경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마음대로 옮길 경우 용도 변경 등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속만 썩고 있다. 기존 공장은 너무 노후해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광주공장 생산실적은 2017년 1167만9000개에서 지난해 924만 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인력 규모(협력업체 직원 포함)는 2579명에서 2325명으로 감소했다.

금호타이어는 공장을 이전하면 회사는 물론 광주시와 함평군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광주시는 현 공장 부지 개발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송정역세권이 개발되면 약 10조원의 투자 및 운영 효과와 약 6만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컨설팅 결과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새 공장을 통해 매출과 고용을 늘릴 수 있다. 새 공장 주변으로 신규 지역 경제가 창출되는 건 덤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미래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속한 공장 이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