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새 정부 끌어내릴 것…곧 다시 돌아오겠다" 재기 다짐
숱한 갈등·논란 뒤로 하고 '이스라엘=네타냐후' 상징 시대 마감
12년만에 실권한 네타냐후, 마지막 연설서 바이든·이란 비난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였던 베냐민 네타냐후(71) 총리가 13일(현지시간) 권좌를 내려오며 한 마지막 연설에서 새 연정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이란을 향해서도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등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새 연립정부 신임투표를 실시하기에 앞서 열린 의회 마지막 연설에서 차기 총리가 될 극우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를 향해 나약하고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특히 이란 문제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는 베네트 대표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맞서기를 거부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야당 지도자로 남아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며 "야당이 되는 것이 숙명이라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이 위험한 정부를 뒤집고 나라를 우리의 길로 이끌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돌아올 것"이라며 재기를 다짐했다.

악시오스는 그가 마지막 연설에서 자신을 대신해 권력을 차지하게 될 새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훼손시키려는 의향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한 이스라엘 외교관은 악시오스에 "그는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손상하려 작정했고, 차기 정부에 초토화된 땅을 남겨주려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하면 '네타냐후'라는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우파의 상징과도 같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날 투표에서 크네세트가 8개 야권 정당들이 참여하는 새 연립정부를 공식 승인하면서 12년만에 권좌에서 내려오게 됐다.

그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의 첫 번째 임기에 이어 2009년 3월 31일 이후 지금까지 12년 2개월간 총리로 재임했다.

첫 번째 임기까지 포함하면 총 재임 기간이 총 15년 2개월로 최장수 집권 기록이다.

1996년 첫 집권 당시 만 46세로 최연소 총리, 이스라엘 건국 이후 자국에서 출생한 첫 총리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재임 기간 그는 우파를 대표하는 리쿠르당과 유대교 기반의 정당들을 권력 기반으로 삼아 팔레스타인과 이란 핵문제 등 중동 현안에 대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 갈등의 중심에 서 왔다.

특히 그는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의 든든한 후원을 받았다.

당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찰떡 공조 속에 미국은 이란과 주요국의 핵합의를 일방 탈퇴하고 아랍권의 거센 반발에도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등 친이스라엘 정책을 가차없이 밀어붙였다.

네타냐후는 최근 자신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중도와 좌우, 아랍계 등 야권 정당들이 모여 추진해 온 새 연립정부 구성에 대해서도 '역사상 최대의 선거 사기'라고 반발했다.

취임과 동시에 이란 핵합의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이든 행정부와도 갈등을 빚어왔다.

12년 권좌에서 물러난 네타냐후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이번 실권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처지에도 내몰렸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몇 년간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