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동 고분Ⅰ' 조사…"강화 고려왕릉과 형태 유사하고 석실 커"
가야유적이라던 합천 돌방무덤, 발굴하니 고려고분이었다
가야가 6세기 무렵 조성했다고 알려진 경남 합천의 석실묘(石室墓, 돌방무덤)가 발굴조사 결과 고려시대 고분으로 드러났다.

경남연구원은 합천군 쌍책면 하신리에 있는 '중산동 고분Ⅰ'을 조사해 지방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대규모 고려시대 석실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중산동 고분은 그동안 4∼6세기 가야 무덤떼인 옥전고분군과 거리가 약 5㎞에 불과하고,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가야무덤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조사한 '중산동 고분Ⅰ'과 '중산동 고분Ⅱ'에 무덤이 한 기씩 있으며, 두 유적 사이 거리는 대략 500m이다.

하지만 발굴조사를 통해 사각형 봉분과 봉분 주변에 깬돌을 깔아 만든 배수로 역할의 박석(薄石, 얇고 넓적한 돌) 시설, 무덤 주변의 담장인 곡장(曲墻)이 발견돼 전형적인 고려시대 무덤으로 평가됐다.

석실 규모는 길이 2.7m, 높이 1.6m, 너비 1.2m이다.

입구에는 커다란 액자 형태의 문틀 구조가 남았고, 문 기능을 한 거대한 돌도 발견됐다.

유물은 무덤 내부와 주변에서 청자 조각과 조선시대보다 이른 시기에 제작한 것으로 판단되는 철못이 나왔다.
가야유적이라던 합천 돌방무덤, 발굴하니 고려고분이었다
오재진 경남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조사연구위원은 "무덤 석실이 고려시대 지방 무덤 중에는 매우 크고 온전하게 보존됐다"며 "가야 무덤에서는 박석 시설이나 곡장이 없고, 오히려 강화도에 있는 고려왕릉인 가릉이나 곤릉과 형태가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은 "합천 주변에 있는 밀양·거창의 고려시대 무덤과 비교해도 석실 규모가 커서, 지방 향리보다는 신분이 높은 지배자급 인물이 잠들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고려시대 지방 무덤 양식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1960∼1970년대에 도굴을 당한 것 같다"며 "당시에 누군가가 청자를 들고 가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야유적이라던 합천 돌방무덤, 발굴하니 고려고분이었다
이번 조사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유산협회가 중요 매장문화재 가치를 규명하기 위해 추진하는 '매장문화재 학술발굴조사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조사 성과 설명회는 16일 오후 2시 현장에서 열린다.

한국문화유산협회 유튜브 계정으로도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