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물류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해상 운송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 뒤 상품 수요가 급증해서다. ‘부르는 게 값’이 돼 버린 해상 운임이 글로벌 물가 상승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거리 노선 운임이 더 뛰어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해운 컨설팅업체인 드류리 자료를 인용해 중국 상하이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FEU) 운임이 1만522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직전 5년간의 평균치와 비교하면 6.5배 비싼 가격이다.

원자재 및 부품, 상품 배송 수요가 커진 데 비해 컨테이너와 선박이 절대 부족한 게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주요 항만마다 화물선이 몰리면서 선적·하역 작업이 지연되는 것도 관련 비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다. 컨테이너가 장기간 묶일 수밖에 없는 장거리 노선의 운임 상승폭이 훨씬 가파르다고 드류리 측은 설명했다.

프랑스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 자료를 보면 비가동 선박은 전체 선복량(적재능력)의 2.6%에 불과한 상태다. 약 1년 전 11.6%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가용 가능한 선박은 대부분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가구 소매가격의 62%가 운송비”

치솟는 해상 운임은 각국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장난감과 가구, 자동차 부품부터 커피 설탕 멸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과거엔 운임이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HSBC홀딩스는 지난 1년간 컨테이너 운송비가 3.05배 뛰었으며, 유럽 내 생산자물가를 2% 넘게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디 에스핀 유럽배송협회(ESC) 매니저는 “운임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선 판매자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스스로 흡수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현장에선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태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중단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유통업체들은 유럽산 올리브 수입을 최근 포기했다. 운송비를 감안하면 최종 소매가격이 너무 오르기 때문이다. 일부 저가 가구 제품의 경우 운송비가 소비자가격의 62%를 차지한다고 컨설팅업체인 시인텔리전스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해상 운임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드류리는 최근 열린 웨비나에서 “내년엔 컨테이너선 운임이 올해보다 9%가량 떨어지겠지만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2023년 새로 건조한 선박을 대거 투입할 때까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美 물가, 주택 포함하면 더 높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0%(작년 동기 대비) 급등한 미국에선 집값과 임차료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주거비 항목이 2.2%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올 3월만 해도 집값은 13.2% 급등해 15년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이에 대해 “주택가격 자체가 CPI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임차료의 경우 6개월마다 수집하고 있다”며 “주택 관련 체감물가 상승률이 무척 높지만 수치로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집값이 물가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주택은 기본 필수품이어서다. 주택의 경우 항공요금 등과 달리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거주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KIMC의 조너선 니델 최고경영자(CEO)는 “실제로는 집값과 임차료 상승률이 전체 소비재 물가 상승률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