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모 부대 대대장, 하급 장교들에 폭언·폭행 일삼아
해임처분 불복 소송서 "기억 안 나" 발뺌…법원 "해임 정당"
"군 생활 그따위로 배웠니", "눈앞에서 꺼져" 막말한 지휘관
"너 군 생활 그따위로 배웠냐?", "중대장 ○○가 나약하니까 중대원도 그 모양이지",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쓰레기통 왜 여기 있냐? 쓰레기 ○○. 쓸모없는 놈"
육군 모 부대 대대장이었던 A씨는 특정 하급 장교들에게 폭언을 일삼았다.

A씨의 표적이 된 B 대위(진)는 전입 전부터 무려 1년 동안 '욕받이 취급'을 당했다.

'빨리 와서 인수인계를 받으라'는 A씨의 요구에 '인사상 제한사항으로 조기 전입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하자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한테 겁내 깨질 것 같다"부터 시작해 "너 군 생활 그따위로 배웠냐?", "그따위로 하면 진짜 열받는다"라는 등 막말이 귀를 때렸다.

이때부터 시작된 A씨의 언어폭력은 선을 넘었다.

혹한기 훈련 중 병사가 복통을 호소해 B 대위가 구급차에 태워 복귀시키자고 건의하자 A씨는 방탄 헬멧을 바닥에 던지며 "중대장 ○○가 나약하니까 중대원도 그 모양이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농구대 망이 찢어졌다는 이유로 "부대 관리에 관심이 있느냐"고 욕하는가 하면 뜬금없이 전화해 시설창고에 있는 소화기 개수를 물어보고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막말했다.

"군 생활 그따위로 배웠니", "눈앞에서 꺼져" 막말한 지휘관
이뿐만이 아니었다.

병사의 포상휴가일 수 파악이 제대로 안 됐다고,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우천으로 서바이벌 게임 일정이 취소됐다고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을 내뱉었다.

또 다른 표적이 된 C 소위에게도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너 좌파냐, 무식하다, 아는 게 뭐냐"는 막말을 하는가 하면, 대대장실에 있어야 할 쓰레기통이 운영과 사무실에 있다는 이유로 쓰레기 취급을 하기도 했다.

근무 자세 등을 이유로 리모컨을 던지거나 1∼2시간 동안 차렷 자세로 서 있도록 한 적도 있었다.

대대장실에서 보고를 마치고 일어나는 와중에 의자가 끌리는 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일어났다 앉기를 약 15차례 반복시키고, 경례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20∼30차례나 경례를 반복하게 한 일도 있었다.

2016년∼2017년 이뤄진 이 같은 행위에 A씨의 소속 부대 군단장은 2018년 10월 군인사법에 따라 해임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60일이 지난 후에도 재결이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 1월 춘천지법에 소속 부대 군단장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군 생활 그따위로 배웠니", "눈앞에서 꺼져" 막말한 지휘관
A씨는 재판에서 징계사유가 된 언행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고, '인마', '새끼', '놈' 등 발언은 사회 통념상 욕설이라고 보기 어려워 언어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차렷 자세 유지 역시 가혹행위가 아니며, 군단장이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는 특정 피해자만을 상대로 장기간 지속적·상습적으로 언어폭력과 가혹행위를 했고, 그 행위가 공개된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이뤄진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군대 내 인권 보호와 군 기강 확립, 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라는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박재우 부장판사)도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A씨가 낸 항소를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