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함께 만든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라인뱅크가 공식 출범했다. 국내 시중은행이 빅테크와 손잡고 해외에서 별도 디지털뱅킹 서비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남아시아 주요국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의 1억9000만 사용자층을 ‘밑천’으로 급성장하는 아시아 디지털 금융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는 태국 라인BK, 대만 라인뱅크에 이은 라인의 세 번째 디지털은행이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라인을 통해 디지털은행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첫 ‘은행+빅테크’ 합작 디지털뱅크

하나은행-라인, 인도네시아서 디지털은행 출범
11일 하나금융그룹은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라인뱅크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정식 서비스 이름은 ‘라인뱅크 바이(by) 하나은행’이다.

인도네시아 라인뱅크는 한국은 물론 현지에서도 은행과 비금융 빅테크 기업이 협력해 디지털뱅킹 플랫폼을 구축한 최초 사례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디지뱅크, BTPN의 지니어스 등 기존 은행이 직접 내놓은 서비스만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고객 기반을 활용할 수 있었던 카카오뱅크처럼 라인뱅크는 라인이 아시아 시장에 보유한 광범위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기존 현지 은행들과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 4월 출범한 대만 라인뱅크는 대만 내 1위 메신저 라인을 앞세워 영업 개시 1주일 만에 대만 첫 인터넷은행인 라쿠텐뱅크를 고객 수에서 앞질렀다.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한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에서 두터운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 4개국에서만 월간사용자수(MAU)가 1억6900만 명, 세계적으로는 1억89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분 컵라면 대출’ 인도네시아에도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6000만여 명의 세계 4위 대국임에도 국민 5명 중 3명이 은행 계좌가 없을 만큼 은행 이용률이 낮다. 1만80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은행 서비스가 미치지 않는 지역이 많다. 그 대신 핀테크와 디지털금융 서비스 발전 속도가 빨라 기존 은행을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다.

라인뱅크는 철저히 현지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일반화된 비대면 계좌 개설도 현지 기존 은행에서는 제공하지 않는다. 라인뱅크는 비대면 계좌 개설은 물론 라인 메신저와 연동한 자동 입출금 알림 서비스, 무(無)카드 현금 인출 서비스, 각종 공과금 납부 기능 등을 제공한다. 가장 핵심적인 대출 서비스도 올 연말께 개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도 비대면으로 3분 안에 신청·심사·실행이 끝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컵라면 대출’이란 별칭을 얻을 만큼 신속한 실행으로 인기를 끈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비대면 신용대출’ 수준이다.

라인 통해 해외 금융영토 넓히는 네이버

라인은 최근 8개월 사이에만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에 각각 디지털은행을 냈다. 내년엔 일본에서도 라인뱅크 설립을 앞두고 있다. 모두 라인의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현지 은행 등과 합작해 진출하는 형태다. 라인은 은행 외에도 라인증권, 라인보험, 일본 신용대출 서비스인 라인크레딧, 싱가포르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박스 등 해외에서 금융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모회사인 네이버가 국내에서 금융업 인허가를 받아 진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휴 형태로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