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G7정상 맞는 영국 '땅끝마을' 긴장감…런던엔 태극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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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월 '카비스 베이' 회담장 주변 접근 통제·해안엔 군함 순찰
외진데다 개학·코로나로 관광객 드물어…상점 '특수 기대' 어려워
장소 마땅치 않아 큰 집회 어려울 듯…反G7단체 "골치 아프게 할 것" 주요 7개국(G7)과 한국 등 초청국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처음으로 직접 만나는 장소는 영국의 땅끝마을 같은 휴양지 콘월이다.
콘월은 영국 지도에서 보면 남서쪽에 발끝을 내민 듯한 부분으로, 면적은 제주도의 약 2배에 달하는 3천563㎢로 제법 넓은 지역이다.
영국 전체에서 보면 상당히 외진 곳이고 실제로 '땅끝(랜즈 엔드)'이라는 장소도 있다.
영국에서 그나마 해를 많이 볼 수 있고 반도처럼 삐죽 튀어나와 있어 해변 길이도 길다 보니 다양한 해양 스포츠도 가능해 인기가 많다.
이번 G7 정상회의장은 그중에서도 세인트 아이브스 옆 카비스 베이에 있는 호텔로, 지도상에서 발가락 윗부분 정도 위치다.
고급 숙박시설과 여유 있는 은퇴자들의 예쁜 별장이 모여있는 동네로, 런던에서 차량으로 쉬지 않고 달리면 5시간 정도 걸린다.
11일(현지시간) 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9일에 찾은 카비스 베이 지역에는 이미 통제가 시작됐다.
카비스 베이 역은 폐쇄됐고, 인근 세인트 어스 역에서 대체 버스 편으로 접근해야 했다.
회의가 시작되면 그나마도 접근이 어렵다.
세인트 어스 역에서 오른 버스에 다른 승객은 없었다.
마침 날이 궂은데다 학교 방학이 막 끝났고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탓에 기차를 타고 굳이 찾아와보는 사람들은 없는 듯했다.
영국은 성인 절반이 백신 2차 접종을 마쳤지만,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해 하루 7천명이 넘었다.
버스는 카비스 베이 역까지 걸어서 7분, 행사장인 카비스 베이 호텔까지는 12분쯤 떨어진 정류장에 섰다.
예쁜 주택가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수평선이 보이고 확 트인 바다에는 경비선 한 대와 순찰하는 제트스키만 떠 있었다.
평소였다면 해양 레저용 선박으로 복잡했을 터였지만 지금은 고요했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긴장감이 감돌았다.
바다 전망을 갖춘 고급스러운 집들을 지나던 중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만 몇 명 마주칠 정도로 한적했다.
귀여운 군견을 데리고 가던 경찰은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중간쯤에 소박한 차량 검문소가 나왔고 경찰은 조금 더 가면 길이 막힌다고 친절히 알려줬다.
카비스 베이 역 주변에 이르자 경찰들이 곳곳에 모여 있었고 길은 막혔다.
초행길이라 서성이자 한 명이 무슨 일인지 물어왔고 기자증을 보여주자 역시 친절히 인사하고 돌아갔다.
다른 쪽에선 경찰들이 느긋한 자세로 앉아 바다 쪽을 보고 있었다.
조금 있다간 바로 앞집에서 꼬마가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그에게는 까만 머리카락의 기자가 가장 특이한 존재였다.
주요국 정상들이 모이는 장소로는 너무 아담해 보였지만 한편으론 시위대도 난감할 듯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집회를 하기도 곤란하지만, 장소도 마땅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미국 러시모어산 조각을 본떠 G7 정상들의 얼굴을 전자제품 쓰레기로 만든 작품도 주변 해변에 카비스 베이를 향해 설치됐다.
현재 집회 허가가 난 곳은 미디어 센터가 있는 팰머스와 카비스 베이에서 기차로 30분 떨어진 트루로, 더 먼 엑시터 등이다.
'G7 연합에 저항(RG7)'이란 단체는 이미 "우리는 요란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골치 아프게 할 것"이라며 경찰 통제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둔 상태다.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좁은 2차로에 지나는 차가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도 3분의 1쯤은 경찰차였다.
조용해 보이지만 테러 위협 등에 대비해 경계 수위가 상당히 높음이 느껴졌다.
G7 행사에는 경찰이 6천500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비스 베이에서 차로 1시간쯤 떨어진 팰머스는 무장 경찰들이 간간이 보이고 미디어센터 주변이 통제된 것 외에는 평범한 분위기였다.
콘월에는 대규모 행사를 치를만한 곳이 없는 데다가 코로나19 방역 문제도 있어 영국 정부는 미디어 센터를 회담장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두고 필요시에만 매우 제한된 인원을 셔틀버스로 실어나르기로 했다.
팰머스 독스 역에 내리니 짠 바다 내가 물씬 풍겼다.
중심가 좁은 길 주변에 아기자기한 가게와 식당들이 모여있고 노부부나 어린아이를 둔 가족들이 오갔다.
해양박물관에 설치한 미디어센터는 오픈을 앞두고 총을 든 경찰들이 주변을 순찰했다.
G7 그림이 있는 가림막을 보니 행사가 다가옴이 실감 났다.
보안은 엄격해서 경비 직원은 건물 밖을 둘러보는 것도 안 된다고 했다.
바다에는 G7 행사 파견 경찰들의 숙소로 쓰이는 거대한 크루즈선이 떠 있었다.
콘월 지역 특산 빵을 파는 유명 가게에는 줄이 길지 않았다.
곱슬머리 젊은 직원은 추천을 받고 왔다는 말에 무척 좋아하면서 지난주 방학 때 많이 붐볐다가 지금은 한산한데 주말 G7 행사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한참 국내 관광객들을 받아서 그동안 코로나19 봉쇄로 생긴 구멍을 메워야 하는데 주말에 행사를 치르게 돼서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코로나19 봉쇄 때 이 예쁜 길이 을씨년스러웠을 것을 상상해보니 직원 심정이 이해가 갔다.
영국 정부가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취재진과 대표단 인원이 많지 않아서 행사가 시작되더라도 동네가 그다지 북적일 것 같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중에 G7 정상들이 모이는 행사를 치르기는 하지만 극히 조심해야 하니 예전처럼 활력이 넘치기도 쉽지 않다.
사실 얼마 전만 해도 정말 대면회의를 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
영국이 콘월을 행사장으로 정한 주된 이유도 그나마 코로나19 상황이 양호하고 통제가 쉬운 지역이라는 점인 것으로 짐작된다.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분위기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 곳은 카비스 베이와 팰머스를 오가며 기차를 갈아탄 트루로 역이었다.
콘월의 이 작은 역에는 G7 회원국 국기와 함께 초청국인 우리나라의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태극기는 런던 시내 중심가에도 등장했다.
LG전자 영국법인이 G7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4일부터 13일까지 피카딜리서커스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 행사 소개 영상을 틀면서 다른 참가국 국기와 함께 태극기를 보여주고 있다.
LG전자 영국법인은 전광판을 운영한 이래 태극기를 띄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을 홍보하는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그림으로 감싼 2층 버스를 투입했다.
/연합뉴스
외진데다 개학·코로나로 관광객 드물어…상점 '특수 기대' 어려워
장소 마땅치 않아 큰 집회 어려울 듯…反G7단체 "골치 아프게 할 것" 주요 7개국(G7)과 한국 등 초청국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처음으로 직접 만나는 장소는 영국의 땅끝마을 같은 휴양지 콘월이다.
콘월은 영국 지도에서 보면 남서쪽에 발끝을 내민 듯한 부분으로, 면적은 제주도의 약 2배에 달하는 3천563㎢로 제법 넓은 지역이다.
영국 전체에서 보면 상당히 외진 곳이고 실제로 '땅끝(랜즈 엔드)'이라는 장소도 있다.
영국에서 그나마 해를 많이 볼 수 있고 반도처럼 삐죽 튀어나와 있어 해변 길이도 길다 보니 다양한 해양 스포츠도 가능해 인기가 많다.
이번 G7 정상회의장은 그중에서도 세인트 아이브스 옆 카비스 베이에 있는 호텔로, 지도상에서 발가락 윗부분 정도 위치다.
고급 숙박시설과 여유 있는 은퇴자들의 예쁜 별장이 모여있는 동네로, 런던에서 차량으로 쉬지 않고 달리면 5시간 정도 걸린다.
11일(현지시간) 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9일에 찾은 카비스 베이 지역에는 이미 통제가 시작됐다.
카비스 베이 역은 폐쇄됐고, 인근 세인트 어스 역에서 대체 버스 편으로 접근해야 했다.
회의가 시작되면 그나마도 접근이 어렵다.
세인트 어스 역에서 오른 버스에 다른 승객은 없었다.
마침 날이 궂은데다 학교 방학이 막 끝났고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탓에 기차를 타고 굳이 찾아와보는 사람들은 없는 듯했다.
영국은 성인 절반이 백신 2차 접종을 마쳤지만,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해 하루 7천명이 넘었다.
버스는 카비스 베이 역까지 걸어서 7분, 행사장인 카비스 베이 호텔까지는 12분쯤 떨어진 정류장에 섰다.
예쁜 주택가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수평선이 보이고 확 트인 바다에는 경비선 한 대와 순찰하는 제트스키만 떠 있었다.
평소였다면 해양 레저용 선박으로 복잡했을 터였지만 지금은 고요했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긴장감이 감돌았다.
바다 전망을 갖춘 고급스러운 집들을 지나던 중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만 몇 명 마주칠 정도로 한적했다.
귀여운 군견을 데리고 가던 경찰은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중간쯤에 소박한 차량 검문소가 나왔고 경찰은 조금 더 가면 길이 막힌다고 친절히 알려줬다.
카비스 베이 역 주변에 이르자 경찰들이 곳곳에 모여 있었고 길은 막혔다.
초행길이라 서성이자 한 명이 무슨 일인지 물어왔고 기자증을 보여주자 역시 친절히 인사하고 돌아갔다.
다른 쪽에선 경찰들이 느긋한 자세로 앉아 바다 쪽을 보고 있었다.
조금 있다간 바로 앞집에서 꼬마가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그에게는 까만 머리카락의 기자가 가장 특이한 존재였다.
주요국 정상들이 모이는 장소로는 너무 아담해 보였지만 한편으론 시위대도 난감할 듯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집회를 하기도 곤란하지만, 장소도 마땅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미국 러시모어산 조각을 본떠 G7 정상들의 얼굴을 전자제품 쓰레기로 만든 작품도 주변 해변에 카비스 베이를 향해 설치됐다.
현재 집회 허가가 난 곳은 미디어 센터가 있는 팰머스와 카비스 베이에서 기차로 30분 떨어진 트루로, 더 먼 엑시터 등이다.
'G7 연합에 저항(RG7)'이란 단체는 이미 "우리는 요란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골치 아프게 할 것"이라며 경찰 통제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둔 상태다.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좁은 2차로에 지나는 차가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도 3분의 1쯤은 경찰차였다.
조용해 보이지만 테러 위협 등에 대비해 경계 수위가 상당히 높음이 느껴졌다.
G7 행사에는 경찰이 6천500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비스 베이에서 차로 1시간쯤 떨어진 팰머스는 무장 경찰들이 간간이 보이고 미디어센터 주변이 통제된 것 외에는 평범한 분위기였다.
콘월에는 대규모 행사를 치를만한 곳이 없는 데다가 코로나19 방역 문제도 있어 영국 정부는 미디어 센터를 회담장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두고 필요시에만 매우 제한된 인원을 셔틀버스로 실어나르기로 했다.
팰머스 독스 역에 내리니 짠 바다 내가 물씬 풍겼다.
중심가 좁은 길 주변에 아기자기한 가게와 식당들이 모여있고 노부부나 어린아이를 둔 가족들이 오갔다.
해양박물관에 설치한 미디어센터는 오픈을 앞두고 총을 든 경찰들이 주변을 순찰했다.
G7 그림이 있는 가림막을 보니 행사가 다가옴이 실감 났다.
보안은 엄격해서 경비 직원은 건물 밖을 둘러보는 것도 안 된다고 했다.
바다에는 G7 행사 파견 경찰들의 숙소로 쓰이는 거대한 크루즈선이 떠 있었다.
콘월 지역 특산 빵을 파는 유명 가게에는 줄이 길지 않았다.
곱슬머리 젊은 직원은 추천을 받고 왔다는 말에 무척 좋아하면서 지난주 방학 때 많이 붐볐다가 지금은 한산한데 주말 G7 행사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한참 국내 관광객들을 받아서 그동안 코로나19 봉쇄로 생긴 구멍을 메워야 하는데 주말에 행사를 치르게 돼서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코로나19 봉쇄 때 이 예쁜 길이 을씨년스러웠을 것을 상상해보니 직원 심정이 이해가 갔다.
영국 정부가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취재진과 대표단 인원이 많지 않아서 행사가 시작되더라도 동네가 그다지 북적일 것 같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중에 G7 정상들이 모이는 행사를 치르기는 하지만 극히 조심해야 하니 예전처럼 활력이 넘치기도 쉽지 않다.
사실 얼마 전만 해도 정말 대면회의를 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
영국이 콘월을 행사장으로 정한 주된 이유도 그나마 코로나19 상황이 양호하고 통제가 쉬운 지역이라는 점인 것으로 짐작된다.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분위기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 곳은 카비스 베이와 팰머스를 오가며 기차를 갈아탄 트루로 역이었다.
콘월의 이 작은 역에는 G7 회원국 국기와 함께 초청국인 우리나라의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태극기는 런던 시내 중심가에도 등장했다.
LG전자 영국법인이 G7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4일부터 13일까지 피카딜리서커스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 행사 소개 영상을 틀면서 다른 참가국 국기와 함께 태극기를 보여주고 있다.
LG전자 영국법인은 전광판을 운영한 이래 태극기를 띄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을 홍보하는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그림으로 감싼 2층 버스를 투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