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9일 역대 최악의 인명 참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가 경험담을 엮은 책이 출간됐다.
아픔을 꺼내 마주하며 타인을 향한 연대와 도움으로 나아가려는 취지가 담겼다.
스무 살에 삼풍백화점에서 일당 3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산만언니(필명)는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푸른숲)에서 사회적 참사가 어떻게 개인에게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지 고백한다.
과거 온라인 매체에 연재한 글을 묶고, 일부는 새로 썼다고 한다.
저자는 2018년 4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합니다'라는 글을 실어 반향을 일으켰고, 이듬해 온라인 매체에 실은 글에선 "그 일(세월호)에 대해 지겹다 그만하자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나도 당신들도 아니고 사고를 겪은 당사자들"이라고 적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 이해한다고 하면 겉으로 고마운 얼굴을 했지만, 속으로는 같잖아했다"며 "오래도록 그 일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세상이 모르고 없던 일이 될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삼풍 참사 때 상황과 사회적 참사의 당사자가 된 심정뿐 아니라 친아버지의 자살, 친오빠의 학대, 우울증과 자살 기도, 직장 내 괴롭힘과 퇴사 등 생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번번이 돌부리가 됐다고 털어놓는다.
또 이를 이겨내기 위해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고, 이제는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고 전한다.
불행에 집중하기보다는 불행으로 얻어낸 것들에 주목한 결과라며, 살아 있으면 다 살아지고 괜찮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생기지 않으려면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하면서 개인의 불행을 딛고 타인을 향한 연대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