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조세정의·노동가치 위한 제안서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

"그저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데 그칠 수는 없다.

어떤 체제에 '찬성'하는지 보여줘야 한다.

나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50) 박사는 '사회주의가 시급하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으로 시대 현상을 고발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할 경제체계를 일컫는 말로 '사회주의'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소득으로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자본수익률, 흙수저가 결코 금수저를 이기지 못하는 불평등 사회의 현실을 정치·사회·경제·역사를 아우르며 날카로운 통찰력과 혁신적 제안으로 주목받아왔다.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이 근래 들어 우리 한국 사회에도 급격히 심화하고 있어 피케티 박사의 역설에 귀 기울일 만하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된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2016년부터 올해까지 기고해온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

불평등을 심화하고 자연자원을 고갈하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저자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1990년대 사회주의의 몰락을 목도하고 사회주의의 유혹을 받지 않은 세대임에도 세계의 불평등과 부의 분배에 대해 연구해온 학자로서 '사회주의'라는 용어만큼 자본주의의 대안을 충분히 포괄하는 표현은 없다고 단언한다.

최고 소득층의 자본은 증식 속도가 날로 빨라지고 있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경제 지표는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조세정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임에도 이에 역행하는 사회정치세력의 세태를 저자는 맹렬히 비판한다.

특히 누진세 축소와 교육 불평등은 사회계층간 사다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유세와 같이 사회 곳곳에서 권력과 자산의 순환을 가속하는 제도가 적극 시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자산세와 상속세 등 누진세 제도를 강화해 80~90% 정도의 최고 층위 부유세를 통해 전 국민에게 '최소자산'을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란 교육·보건·주거·환경 등의 기본재화에 모든 이들이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활동에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다.

이는 금전적 보조만으로 이뤄지지 않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기본자산재가 중요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 세계는 차별과 혐오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남녀간 임금 격차를 비롯해 민족·출신 배경·종교·문화 등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종류의 차별과 혐오가 곳곳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출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화한 정체성 갈등의 근본 원인은 경제 문제에 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차별 행위에 제재를 가하고 사회가 구조적으로 경제정의를 실현해야 정체성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자본으로부터 언론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 코로나19 이후 산더미처럼 불어난 국가부채 문제, 인종갈등과 난민 문제에 매몰되지 않은 새로운 모습의 세계주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실제적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각종 관세 철폐로 자유무역만을 지향하는 경제협약의 구시대적 관점에 일침을 가하고, 파리기후협정만 체결해놓은 채 이 협정의 목표 달성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는 듯한 세계 각국의 행태도 질타한다.

국제 현안들에 관한 저자의 논점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결코 한국에만 해당하는 고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더불어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그 해결 방법에 대한 영감도 얻게 한다.

저자는 이번 책에 담고자 한 것은 정치 사회 문제들에 대한 결론과 해결책이 아닌, 문제 제기와 논의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정치사회, 경제적 현안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21세기의 마르크스'로 불려온 저자는 지난 250년간 부의 집중과 재분배, 자본주의에 내재한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대안으로 제시한 책 '21세기 자본'으로 세계 경제학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자본과 이데올로기', '불평등 경제', '세계불평등보고서' 등도 잇달아 집필해 평등과 참여사회주의를 역설해왔다.

이민주 옮김. 은행나무. 408쪽. 2만원.
"불공정 자본주의는 반드시 몰락…혁신적 대안 절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