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석 장성군수 인권침해 사건 조사과정서 원칙 외면한 사업추진 정황
집 색깔 바꾸라는 군수의 부당지시…군청은 보조금으로 뒷받침?
군수가 계약직 공무원에게 집 색깔을 바꾸도록 강요한 인권침해 사건에서 도색 공사비용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메우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유두석 전남 장성군수의 지시를 인권침해로 인용한 침해구제위원회 결정문에는 해당 주택 도색비를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려 한 상황이 함께 담겼다.

장성군은 지역 명소인 황룡강의 이름에서 부각한 노란색을 활용해 시가지 경관 개선에 활용 중이다.

건축물 외벽이나 시설물에 노란색을 덧바른 '옐로우시티 건축디자인'의 민간 참여자를 모집해 대상 규모에 따라 도색 공사비용을 차등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인권위는 유 군수 관련 인권침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장성군이 지난해 2월 이 사업 참여자 모집 공고를 냈고, 접수 마감 이후에 계약직 직원으로부터 신청서를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계약직 직원이 건물 도색비를 보조하는 장성군 사업의 참여 신청서를 낸 시기는 접수 마감을 두 달가량 넘긴 지난해 4월이었다.

지붕 색을 노랗게 바꾸라는 유 군수의 지시가 상급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잇따르던 때였다.

장성군은 계약직 직원으로부터 신청서를 접수하고 나서 지방보조금 심의위원회를 열어 해당 주택을 도색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공고에 기재한 원칙을 무시한 장성군의 도색비 지원 결정은 접수 기간뿐만 아니라 건축물 규모 기준에서도 반복됐다.

장성군은 옐로우시티 건축디자인 지원사업 대상 건물을 연면적 200㎡ 이상으로 명시했는데 해당 주택의 연면적은 112㎡로 기준보다 적다.

집 색깔 바꾸라는 군수의 부당지시…군청은 보조금으로 뒷받침?
인권위가 확보한 녹취록에는 '군수님이 챙기라고 몇 군데 한 데가 있어', '남이 알면 안 돼' 등 건축디자인 지원사업 담당 공무원의 발언이 나온다.

장성군이 유 군수 지시 아래 보조금을 부당하게 집행해 계약직 공무원의 집 색깔을 노랗게 바꾸려 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노란색이 주택 설계 목적이나 자재 특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한 계약직 직원은 보조금 지원 결정에도 장성군에 도색 비용을 신청하는 마지막 절차는 끝내 거부했다.

추궁과 요구를 견디다 못한 계약직 직원은 결국 사비를 들이고 시아버지 도움을 받아 지붕과 담장, 대문 등 집 색깔을 노란색으로 바꿨다.

해당 주택은 갈색 스페인식 기와를 얹은 유럽형 양식이다.

계약직 직원은 가족과 함께 살 목적으로 장성읍에 주택을 신축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불거진 장성군의 보조금 사업 절차 부당성에 대해 고발의뢰 등 별도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 색깔을 바꾸라는 유 군수 지시의 인권침해 여부를 가려내는 조사와 그 과정에서 불거진 공무원의 비위 의혹은 별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주택 색깔 변경에 따른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 등의 적절한 조치를 유 군수에게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