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공개…고교생 때 부모에게 보낸 편지 필체 개발
1987년 6월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故) 이한열 열사의 육필이 컴퓨터 서체로 재탄생했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이 열사의 34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오는 9일 그의 생전 글씨체를 복원해 만든 컴퓨터 서체 '이한열 폰트'를 온라인으로 공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사업은 디자인 콘텐츠 업체 다온커뮤니케이션의 폰트 브랜드 다온폰트가 기념사업회에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제작비는 다온폰트가 부담했다.

앞서 다온폰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투사회보' 필경을 맡았던 박용준 열사, 백범 김구·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들의 글씨체도 폰트로 제작했다.

이한열 폰트는 이 열사가 고교 2학년이던 1984년 1월 19일 겨울방학을 맞아 고교생 새마을 수련회에 참가했다가 부모님에게 쓴 편지의 서체를 모델로 삼았다.

"아버님, 어머님께 올립니다"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수련원 생활에 관한 느낌과 가족을 향한 마음 등이 담겼다.

폰트는 한글 2천350자와 확장글씨 224자, 영어 알파벳·아라비아 숫자·키보드상 특수문자로 구성된다.

올해 초 작업에 착수한 다온폰트 측은 이 열사 육필의 특징을 살린 폰트를 만들고자 직원 대부분이 1장의 편지를 수백∼수천번씩 필사하며 글씨체를 '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자체 개발하는 폰트가 아니라 실존 인물의 육필을 토대로 글씨체를 복원해 폰트로 만드는 데는 보통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한다.

황승현 다온폰트 기획국장은 "이한열 열사의 업적을 기리고 영화 '1987'에 이어 다시 이 열사가 재조명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폰트 개발을 제안하게 됐다"며 "이 열사가 남긴 글마다 글씨체가 조금씩 다른 만큼 가장 평범한 글씨체를 대표할 수 있는 편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년처럼 현장 추모행사 개최 등에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폰트 개발을 반겼다.

기념사업회 측은 "사용자들이 이한열체를 통해 일상적으로 이한열을 만나고 그의 고민과 아픔까지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 이한열을 기리는 여러 사업에 이한열체가 쓰일 것"이라고 했다.

이한열 폰트는 기념사업회와 다온폰트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연세대 교문 앞에서 전두환 정권 규탄 시위에 나섰다가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져 한 달 후인 7월 5일 숨졌다.

이달 9일에는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그의 34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