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곰·꼼치·미거지·물메기·곰치…지역마다 이름 제각각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무와 대파, 소금만으로 간을 한 물곰탕은 개운한 국물 맛과 함께 뽀얗고 부드러운 살이 매력적인 음식이다.

[酒먹방] 시원한 국물맛 일품 동해안 '물곰탕'
◇ 물곰·꼼치·미거지·물메기·곰치…어떤 게 맞나
동해안 주민들이 흔히 물곰이라고 부르는 물고기는 한국, 일본, 쿠릴 열도 등의 북서 태평양에 분포하는 쏨뱅이목 꼼칫과의 바닷물고기로, 꼼치와 미거지, 물메기 등 3종류가 있다.

이 셋을 구분하기는 힘들다.

다만 흔히 바닥에 집을 짓고 사는 뱀장어목 곰칫과의 곰치와는 완전히 다른 물고기다.

그러나 이 역시 비슷한 생김새여서 전문가가 아니라면 쏨뱅이목 꼼칫과의 물고기들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에 문의한 결과, 이번에 필자가 울진군 후포면의 한 음식점에서 먹은 물곰탕의 생선은 꼼치임을 확인했다.

사실 어민들이나 식당 주인들에게 제대로 알려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꼼치면 어떻고, 미거지나 물메기면 어떤가.

맛은 다 비슷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 물고기인 것을….
울진군 후포면의 이름있는 식당들은 대부분 대게 전문점이어서 물곰탕을 찾기 힘들었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한 결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부둣가 뒷골목의 작은 해산물 전문 식당 '해양대게수산'을 발견했다.

[酒먹방] 시원한 국물맛 일품 동해안 '물곰탕'
◇ 지역에 따라 다른 조리법
꼼치는 지역에 따라 조리법이 다르다.

몸길이 50∼80㎝가량의 꼼치는 육질이 단단하지 않고 흐물흐물한 것이 특징이다.

마치 부드러운 젤리를 먹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냉장 시설이 좋지 않은 시절에는 얼핏 상한 생선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잘 팔리지 않던 물고기이기도 했다.

대부분 잡아서 바다에 버리거나 어부들이 배 위에서 묵은지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끓여 먹었다.

지금도 동해와 삼척 지역에서는 묵은지를 넣어 매운탕으로 먹는 전통이 남아있다.

재미있는 것은 강릉·양양·속초·고성 등 강원 동해 북부 지역에서는 울진과 마찬가지로 묵은지를 넣지 않고 맑은국으로 끓여 먹는다.

이북 사람들의 입맛이 반영된 덕분이다.

울진의 경우 예전에는 후포에 물곰탕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곳을 찾기 힘들다.

복잡한 대게 전문점들을 지나쳐 뒷골목에 자리 잡은 가게를 찾았다.

물곰탕을 주문했더니 젊은 주인이 꼼치 한 마리를 수족관에서 꺼낸다.

정말 외모가 못생긴 편에 속했다.

[酒먹방] 시원한 국물맛 일품 동해안 '물곰탕'
◇ 흐물흐물하지만 뛰어난 맛 자랑하는 꼼치
그렇지만 물곰탕은 맛있었다.

말간 국을 떠 맛을 보니 진한 마늘 맛과 함께 시원한 국물 맛이 느껴졌다.

국물 맛이 시원한 것은 밑에 무가 잔뜩 깔렸기 때문이다.

무를 한참 끓이다가 잘 익으면 콩나물 등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다.

이어 꼼치와 파를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꼼치는 육질이 흐물흐물해 많이 끓이지 않아도 충분히 맛이 난다.

파는 듬성듬성 크게 썰어 넣어 씹히는 맛이 없는 꼼치의 식감을 보충한다고 한다.

국을 끓일 때는 소금간만 해야 텁텁한 맛이 느껴지지 않고 시원한 맛이 배가된다.

살이 흐물흐물하고 쉽게 부서져 목에서 죽처럼 넘어가는 것도 색다른 맛이었다.

주인장은 이런 육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한번 물곰탕 맛에 빠진 사람들은 계속 찾는다고 한다.

[酒먹방] 시원한 국물맛 일품 동해안 '물곰탕'
꼼치는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는데 지금이 가장 먹기 좋은 때다.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수확량이 적어 가격이 올라간다.

1인분을 시켰는데 한 명이 먹기에는 너무 푸짐해 결국 남은 물곰탕을 포장해 집에 가져갔다.

가족 중에 채식주의자가 있어 굳이 먹지 않겠다는데도 한 번쯤 맛보라고 권했더니 너무 맛있다는 반응이다.

마늘 향이 진한 시원한 국물이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것이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6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