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의 섬·철학과 종교의 세계사

▲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 안병진 지음.
그동안 우리가 알던 미국의 모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 책은 미국을 새롭게 규정하려는 세 정치 세력에 초점을 맞춘다.

기존의 미국적 가치와 경계선을 지키려는 '토크빌주의', 체제를 넘어 문명 충돌적 시각에서 미국을 변화시키려는 '헌팅턴주의', 민중의 힘에 기반해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가려는 '데브스주의'가 그것이다.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인 저자는 현재의 미국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제시한다.

그리고 정치 세력들의 주요 특징을 서술하고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전략가와 정치가를 제시하며 미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본다.

토크빌주의는 미국 헌법에 담긴 건국 정신을 현재화하려는 세력으로, 첫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표적 토크빌주의자로 꼽힌다.

헌팅턴주의는 백인 중심의 공동체를 꿈꾸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의 극단적 형태인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대표 인물이다.

사회주의자 유진 데브스의 이름을 빌린 데브스주의는 공동체가 창출하고 생산한 것들에 대한 동등한 접근과 합의를 중시하는 진보적 공화주의로, 엘리자베스 워런 하버드대 교수 등이 주요 인물이다.

메디치미디어. 268쪽. 1만6천원.
[신간]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 과로의 섬 = 황이링·까오요우즈 지음. 장향미 옮김
'과로사'로 신음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 일본, 대만이 꼽힌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급속한 경제 발전과 일 중독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인식, 장시간 노동환경이나 청년 세대의 빈곤, 산업재해 인정의 어려움 등의 측면에서 상호 닮았다.

이 책은 '과로의 섬'으로 불리는 대만의 기업 실태, 법의 허점과 사각지대 등을 통해 노동자를 과로로 내모는 근본 구조를 들춘다.

국회 보좌관 출신의 사회운동가인 저자는 엔지니어, 보안요원, 의사, 간호사, 운전기사 등의 과로 사건들을 다루며 이들이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분석하고 그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대만의 노동보험국에 따르면 최근 9년 동안 679건의 과로 사건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263명에 이르렀다.

5일마다 한 명이 과로로 발병하고 2주마다 한 명씩 과로사한다는 거다.

연간 총 노동시간은 2천33시간. '그만두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혹사당하고, 죽지 않으면 그만둘 때까지 혹사당한다'는 말이 대만 노동자들의 유행어라고 한다.

저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연간 총 노동시간을 1천800시간 이하로 줄이자고 주장한다.

근로감독 강화는 물론이다.

이와 함께 과로에 저항해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노동자 의식도 높여야 한다.

책의 번역자는 온라인 강의업체에서 일하던 동생을 과로로 잃고 2년간 투쟁해 산업재해 승인을 받아낸 유가족으로, 2년 전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 콘퍼런스에서 저자를 만나 한국어 번역에 나섰다.

나름북스. 428쪽. 1만7천원.

[신간]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 철학과 종교의 세계사 = 데구치 하루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세상이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금할 때마다 인류는 철학과 종교에서 답을 찾아왔다.

철학과 종교는 다른 영역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닮은 구석이 많은 분야다.

저자는 두 영역을 통합해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고대의 자라투스트라부터 현대의 레비 스트로스까지, 그리고 서양에서 동양까지 방대한 사상들 가운데 핵심을 응축했다.

사상가의 이름과 철학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이들이 출현한 시대 배경을 설명해줌으로써 그 흐름을 이해하게 한다.

고대에 종교와 철학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들려준 데 이어 기원전 500년 전후로 등장한 철학자들과 종교가들을 살펴보고 헬레니즘 시대의 사상도 소개한다.

더불어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의 사상과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근대의 시작과 더불어 등장한 사상가들을 소개한다.

또한 미국 독립선언과 프랑스 혁명 등 세계사의 대전환기에 활약한 철학자들을 살피고, 헤겔로부터 영향을 받아 19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 활동한 사상가들도 만나게 한다.

까치. 432쪽. 1만9천800원.
[신간]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