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떠나는 유한익, '라방 쇼핑' 판 흔든다
모바일커머스(앱 기반 쇼핑) 1세대로 꼽히는 유한익 티몬 이사회 의장(사진)이 티몬을 떠나 스타트업에 도전한다. 200억원 규모의 투자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유통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그는 지난 1일 티몬에서 공식 사임했다. 2012년 티몬에 합류한 지 약 10년 만이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티몬 대주주인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에 사임 의사를 나타내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 전 의장이 지난해까지 추진하던 롯데그룹의 티몬 인수합병(M&A)이 연말 최종 결렬된 뒤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티몬은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본격적인 외형 확장을 위해 그의 복귀를 요청했으나 e커머스(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창업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장은 라이브커머스 기반의 쇼핑플랫폼 구축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회사를 설립해 올해 말부터 본격 서비스할 계획이다. 그는 창업을 위해 개발자 30여 명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그와 티몬에서 함께 일하다 카카오, 네이버, 29CM 등으로 흩어진 베테랑 인력들이다. 최근 정보기술(IT) 인력 확보 전쟁이 벌어진 유통업계에서는 IT 개발자가 대거 합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 전 의장은 시드 투자 단계에서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2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 벤처캐피털(VC) LB인베스트먼트와 아모레퍼시픽, F&F 등이 주요 투자자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세우기 전 자금을 200억원 이상 투자받은 것은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유 전 의장은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으로 쿠팡 창업 멤버다. 티몬으로 옮겨 경영전략실장, 핵심사업추진단장, 최고사업책임자(CBO) 등을 거친 뒤 2017년 대표를 맡아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국내 e커머스 최초로 라이브커머스 채널 티비온을 개설해 국내 ‘라방’ 시장을 개척했다. 2018년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쿠팡이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설 때 티몬은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 돌아서면서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