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조리병·조교 "우리도 같은 군인" SNS에 불만 토로
군, 뒤늦게 대책 고심…민간조리원 증원하고 '조교 의견 수렴'
조리병 혹사, 조교는 하극상 시달려…'사각지대' 장병 호소 잇달아
과잉방역으로 뭇매를 맞은 육군훈련소가 훈련병들의 생활 여건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열외'로 밀려나 있는 훈련소 조리병(취사병)과 조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충을 잇달아 토로하고 있다.

30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따르면 육군훈련소 조리병이라고 밝힌 A씨는 전날 올린 글에서 "12∼14명 정도의 인원이 최대 3천명분의 밥을 책임지고 있다"며 "부실급식 문제로 전보다 업무가 가중돼 더 고되다"고 호소했다.

조리병 1명이 매일 약 200인분의 삼시세끼를 조리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육군이 파악하고 있는 조리병 1인당 평균 조리 규모인 75∼110인분을 한참 웃돈다.

A씨는 "타 부대 조리병들과 달리 일주일에 다섯 번 부식수령도 직접 간다"며 "3천명분 양이니 부식 양도 어마어마해서 5t 트럭에 고기류와 채소 등으로 매일 꽉 찰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1년 365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휴가 일수는 총 50일도 안 된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설문 등으로 토로를 해도 지휘관들은 '내가 너희만큼 휴가 많은 곳 못 봤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이어 최근 부실급식 문제가 공론화된 점을 언급하며 "조리병 또한 군인이고 적극적으로 처우가 개선된다면, 그로 인한 동기부여나 동력이 생겨 궁극적으로는 급식 질이 향상되며 다른 기간병들의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군기의 상징'인 훈련소 조교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무엇보다 군 기강 해이로 볼만한 정황까지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육군훈련소 조교로 복무 중이라는 B씨는 "조교라고 하면 '빨간 모자'를 쓰고 훈련병들을 통제하는 모습을 생각하실 텐데, 사실상 조교들이 하는 일은 현재 교육훈련에 중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며 "훈련병들의 애로사항을 맞춰주기 바쁘다"고 꼬집었다.

B씨는 특히 "이젠 하다 하다 일과시간에 누워있어도 된다는 통제(지침)로 조교가 생활관에 들어가든 말든 누워있고 조교들이 있어도 소리를 빽빽 질러대며 욕설을 일삼는 훈련병들이 태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달되는 지침이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빚기도 한다면서 "이렇게 훈련병들 풀어줘 놓고 통제가 안 되면 혼나는 것은 결국 조교들"이라며 "조교들도 사람이다.

훈련병들의 생각하는거 반만이라도 조교들의 인권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훈련소 조리병과 조교의 잇단 호소는 군이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에만 치중하다 문제가 터져 나오자 뒤늦게 봉합에 급급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생긴 것으로, 얼마든지 추가 폭로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이 되자 군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조리병 혹사 논란에 민간조리원을 하반기부터 현재보다 약 40% 긴급 증원하기로 한 군 당국은 조리병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사관학교 후보생 식당에서 일부 시행 중인 민간위탁 및 아웃소싱 시범사업을 신병교육대 등 교육기관 위주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육군은 훈련소 조교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는 페이스북 '육군이 소통합니다'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육군훈련소는 전 장병의 기본권과 인권이 보장된 교육훈련과 병영문화(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훈련소 전장병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7일 육군훈련소장이 조교(분대장)들을 대상으로 개선안 검토 경과에 대한 설명과 조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노고를 격려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