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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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 못 들게 되면, 네비게이션은 '잘못된 경로'라고 경고메세지를 보냅니다
그렇지만 대화의 네비게이션은 경고 메세지가 없습니다. 혹시 당신의 '공감'이 잘 못된 경로로 안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1. '잘못된 공감'은 '불평과 불만'을 만듭니다
리더들은 업무를 완수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고, 시스템과 제도까지 갖춰져 있지않은 상태에서 해결안을 만드는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합니다.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거나,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 구성원들은 푸념섞인 말을 내 뱉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린 '공감'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리더의 공감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돼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해결방안을 찾는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리더들도 아는데 이걸 꼭 해야 해?", "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추지 않고 뭘 제대로 할 수 있겠어?"등 문제해결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됩니다.

2. '공감'을 하고 싶어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왜 우리가 해야 하나요? 지금도 시간이 부족한데..."
주 5일제와 워라밸은 일터의 시간을 가정으로 가져갔고, 계획하지 않았던 업무가 발생하거나, 다른 팀에서 갑자기 업무가 이전될 때는 감정적으로도 고조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다른 방법도 있쟎아요. 빨리 방법을 모색해서 올려요"
"아니 하려면 하지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요"
"회식이라도 하면서 기분 좀 풀고 다시 해 봅시다"
해결안을 재촉하다가 안되면, 강압적으로 지시합니다. 그것도 안되면 일단 잠시 보류합니다. 그래도 먹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3. '공감'과 '동정'은 다릅니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대화 중 가장 중요하고 많이 사용하는 경청기법으로 '공감(共感)'과 '동조(同調)'가 있습니다. 도대체 뭐가 다를까요?

- 공감 : 엠파시(Empathy) = 감성이해 + 객관적 입장 유지
- 동조 : 심파시(Sympathy) = 감성합일 + 동의

'동조'하면서 '공감'한다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감'과 '동조'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같으나, 상대방의 감성에 매몰되는 '동조'와는 다르게 '공감'은 상대의 감성을 포용하지만 객관적 입장을 유지합니다.

우린 '공감'을 하는 이유부터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공감'은 상대 스스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데 도와주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수용되고, 소중하게 여겨질 때 더 효과적으로 살아가는 '성장동력(growth-enhancer)'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공감'도 단계가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Carl Ransom Rogers)'는 공감은 5단계 수준으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1단계 :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동문서답하는 단계
2단계 : 주의를 기울이지만 중요한 것에 주목하지 못하는 단계
3단계 :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이지만 내면적 감정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단계
4단계 :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찾아주는 단계
5단계 : 상대의 감정까지 포용한 공감적 이해 단계

당신의 '공감'은 주로 어디에 머물러 있습니까?

"저는 도저히 새로운 업무까지 해 내기 힘듭니다."
지금까지 뭘 들었어요. 무슨 말인지 몰라요 (1단계)
힘들어 하는건 알겠지만 포기는 너무 빨라요 (2단계)
그것까지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3단계)
새로운 업무를 하다가 현재 하는 업무까지 망칠까봐 그러시죠? (4단계)
새로운 업무도 중요하지만 현재 하는 업무까지 완수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거죠? (5단계)

5. '공감'은 문제해결을 위한 것입니다.
상대방이 힘들 때 '공감'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되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게 만드는데 왜 자꾸 엉뚱하게 부정적 메세지만 강화될까요?

'공감'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3가지 순서를 지켜 주세요
첫번째. 상대방의 힘든 상황을 함께 인정해 줍니다.
두번째. 부정적 메세지보다 긍정의 해결안에 초점을 맞춥니다.
세번째.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줍니다.

처음에는 상대가 어려워하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공감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계속 머무르게 되면 부정의 감정에 함께 휘말리게 됩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설득하려고 하면 서로 맞서게 되는 팽팽한 긴장감만 생기게 됩니다. 따끔한 질책이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대충처리로 일만 무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멕시코 대학 심리학 및 정신과 명예교수인 '윌리엄 R 밀러(William Richard Miller)'교수는 사람들은 정반대되는 두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무 '양가감정(ambivalence_알콜 중독자는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과 끊어야 한다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이 있다고 합니다. 힘든 일, 어려운 일에 초점을 맞추면 불평과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잘 해 보려고 하는 동기에 초점을 맞추면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공감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게 됩니다.상대방이 처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더 나은 방향을 잧도록 상대방의 좋은 의도를 찾아내 그것을 '공감'해야 합니다. 이때 상대방은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이 동기화됩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할 수 있는 역량은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도 멋지게 발휘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유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공감도 길을 잃으면 엉뚱한 결과를 강화합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자꾸 이끌어 가야 합니다. 에너지를 쓰는 방향을 조정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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