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영화관 사업자인 CJ CGV가 30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 달 후부터 곧바로 전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 형태로 CB를 발행함에 따라 조달과 동시에 대규모 자본 확충도 달성하게 될 전망이다.

CJ CGV는 영구 CB 발행을 위해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주주들을 상대로 청약을 진행한다. 해당 CB의 표면적인 만기는 30년, 금리는 연 1%다. CJ CGV가 5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는 연 3%로 조정된다. 투자자들은 오는 7월8일부터 주당 2만6600원에 CB를 CJ CGV 신주로 바꿀 수 있다.

전환가격이 시세(28일 기준 3만1050원)보다 16.7% 저렴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청약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실내 다중이용시설 인원제한 대상에서 제외하고 음식 섭취도 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놓으면서 CJ CGV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 한 달만에 투자 회수가 가능한 공모 CB의 등장은 충분히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만하다는 평가다. 내부 심사가 엄격한 기관투자가들도 이 정도 조건이면 투자를 승인할 수 있는 곳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임원은 “이번 CB를 사모로 발행하기로 했다면 최소 1년 후부터 전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기관이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7월까지 주가가 크게 추락하지만 않으면 쏠쏠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대거 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CJ CGV로선 투자수요만 모은다면 곧바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CJ CGV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화 관객 감소로 지난해(3886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628억원)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연이은 적자로 자본 규모가 줄면서 2019년 말 652%였던 부채비율은 지난 3월 말 2373.9%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는 계획대로 영구 CB 발행에 성공하면 부채비율을 860.8%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달 뒤부터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 행사가 줄을 잇는다면 CB 상환과 이자 지급에 대한 부담도 단숨에 벗어던질 수 있다. 정승욱 상무(CFO)를 비롯한 재무 담당자들의 자금 조달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CJ CGV가 대규모 자본 확충에 성공하면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나빠졌지만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 등으로 영업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주가가 반등 중인 기업들이 유력후보로 꼽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유통, 여행, 레저, 항공 등 대면 소비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에서 주가 흐름이 양호한 기업이라면 충분히 CJ CGV처럼 주식을 활용해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